‘혁신’을 주제로 하는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혁신의 정의나 혁신을 행하는 방법을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지 않다. 그저 혁신의 사례와 혁신이 아닌 사례를 나열하고 약간의 설명을 붙인 것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혁신을 이루는 방법에 대해서도 앞서 말한 사례들을 통해 혁신의 방해요소들이 배제된 상태가 혁신의 조건임을 암시하는 정도로만 서술 되어 있다. 즉, 독자가 책에 있는 여러 사례를 읽으며 혁신이 무엇인지, 혁신을 이루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알아서 생각하여야 한다. 그래서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떤 선입견을 가지고 책을 접한 사람의 경우, 책의 구성자체가 혁신적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책의 내용으로 들어가서, 혁신에 대한 이야기가 매우 흥미로운 실제 사례들과 함께 소개된다. 예를 들어, 혁신을 방해하는 것들 중 하나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을 기존의 사고방식에 끼워 맞추는 일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비행장으로 쓰였던 남태평양 섬의 원주민들에게는 서구인들의 비행기와 화물선, 그리고 그 것들에 실려 온 물자들은 기적이나 마법으로 보였다. 전쟁이 끝나고 서구인들이 떠나자 섬의 원주민들은 대나무로 비행기와 관제탑모형을 만들고 막대기로 만든 총을 들고 사열했다. 서구인들이 물자를 가져올 때 했던 행동과 모습들을 재현함으로써 하늘에서 같은 기적이 내리길 바랐던 것이다. 서구인들이 보여주었던 과학기술은 그 개념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원주민들에게는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기본적으로 위와 같이 혁신을 방해하거나 혁신이 아닌 사례, 혹은 혁신인 사례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서술되는 이 책은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 되어 각 장의 주제에 해당되는 사례들을 이야기한다. 1장 「마법사와 제사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다양한 반응을, 2장 「상대성과 절대성」에서는 절대성에 대한 신봉이 얼마나 위험한지, 3장 「다원주의와 전체주의」에서는 전체주의에서 혁신이 가능한지에 대하여, 4장 「지식과 신화」에서는 열린 지식과 닫힌 지식에 대하여, 5장 「혁신의 미래」에서는 혁신에 대한 오해와 그것을 혁신하는 요소에 대하여 말한다. 각 장의 내용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또한 장의 제목이 나타낸 주제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서술되어 있다. 앞의 네 개 장에서 사례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혁신에 대하며 말하였다면 마지막 다섯 번째 장에서는 혁신의 의미를 약간이나마 직접적으로 전달하는데, 혁신에 필요한 덕목인 ‘용기’를 언급하며 예로 든 에볼라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은 의사의 이야기가 인상 깊다. 궁금하시다면 책을 꼭 읽어보시기를. <저작권자 ⓒ 안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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