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르스회이의 팔레트를 보며 회색의 가능성을 생각했다.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고 찬성 아니면 반대라고, 내 편 아니면 적이라고, 성공 아니면 실패라고, 1등 아니면 루저라고 단정 지으며 우리를 궁지로 몰아넣는 폭력이 횡행하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회색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고 말하는 목소리, 회색이 품고 있는 넓디넓은 가능성의 공간인지도 모른다.”(p.22) 「명화가 내게 묻다」, 「그림책에 마음을 묻다」,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의 저자 최혜진이 3년간 코펜하겐, 오슬로, 베르겐, 스톡홀름, 모라, 헬싱키, 예테보리, 말뫼, 스카겐, 올보르, 라네르스, 오르후스 등 북유럽 도시를 여행하며 돌아 본 미술관 이야기를 통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북유럽 근대 미술의 세계를 소개한다. 정답이 아닌 모호함으로 우리의 인생을 반영하는 그림을 그린 빌헬름 하메르스회이를 시작으로 북유럽 그림 이야기를 시작한다. 크리스티안 크로그, 마리 크뢰위에르, 아나 안계르, 릴리 엘베, 비고 요한센, C.N. 헤이스브레흐트, 미카엘 안셰르, 하리에트 바케르, 칼 라르손, 마르틴 쉴러, 구스타프 피에스타드, 에드바르 뭉크 등 덴마크, 네델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에서 활동한 화가들과 그들의 작품 이야기를 통해 유럽 역사에서 주인공 자리에서 본 적 없는 북유럽 사람들의 ‘부족한대로 긍정하고 싶다는 소망’, ‘작은 행복부터 가꾸고 싶다는 열망’ 을 엿볼 수 있다. 저자가 미술관을 여행하며 발견한 것은 북유럽 근대 그림들은 미와 생활을 분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북유럽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여 보면 북유럽 사람들의 조바심 내지 않는 마음, 작은 의미를 구하는 태도, 몸과 마음, 관계를 아끼겠다는 자세 등 삶의 태도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그들의 그림을 통해 우리는 달착지근한 환상에 젓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제대로 보는 법을 배운다. 그들은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그렇게 해서 우리 또한 그런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p.39) <저작권자 ⓒ 안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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