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신문

무의식에게 業의 본질을 묻는다

홍석기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20/09/18 [09:12]

무의식에게 業의 본질을 묻는다

홍석기 칼럼니스트 | 입력 : 2020/09/18 [09:12]
홍석기 교수

기업과 대학에 강의를 하러 다니다 보면 가끔 강의 이외에 대외적인 행사에 참석할 때가 있다. 그런 자리에서 정치인들도 만나고 고위관료들과도 인사를 나누게 된다.

여러 모임에 가입해서 회원으로 활동하다 보면 씀씀이도 커지고 본업에 충실하지 않을 위험도 있다.

최근 그런 일이 잦아지자 며칠 전, 한 친구가 따끔한 충고를 해 주었다.

“강단에 서는 사람이 교육과 강의에 충실해야지 쓸데없는 일에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본업과 관계없는 사람들과 너무 친해지지 말아라.  권력이나 명예를 쫓아 다니다 보면, 그걸 얻지도 못하고 화(禍)를 당하기 쉬운 길인데 자칫하면 거지 된다.”

몇 가지 사례를 들며 주의를 덧붙인 그의 말은 정확히 맞는 이야기이었다. 그런 얘기를 해 줄 수 있는 친구가 있음에 감사하며 잠시 행동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스스로의 무의식에게 묻는다.

1. 정말 나의 본업은 무엇이며 내 직업의 본질은 무엇인가?
2. 모든 조건이 완벽하다면 당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며,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일은 어떤 것인가?
3. 흔들리지 않으며 죽을 때까지 해야 할 일이 무엇이며,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죽을 때 후회하지 않을 일인가?
4. 선택해서 집중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5. 누구에게 알려져도 떳떳한 일은 무엇인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인가?

그러면 마음과 머리는 무의식적으로 답을 해 준다.  "그래 그건 아니야." 그래서 다시 본업의 본질에 충실하기로 결심을 하고 책을 펴 들고 강의를 준비하며 원고를 작성한다.

크고 작은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현장에 가 보면 공통적인 이유가 있다. 실무 담당자들이 본업에 충실하지 않을 때 사고가 난다는 거다. 말과 글로 실수를 하여 창피를 당하거나 직무 수행에 상처를 입히는 경우를 보더라도 본업과 관계없는 일에 참견할 때 그런 문제가 발생하는 걸 알 수 있다.

학생이 공부를 하지 않으면 학생이 아니다. 어떤 이유를 댄다고 해도 학생은 공부가 기본이다.

마찬가지로 기업가는 기업경영이 본업이며, 행정관료는 행정이 주된 업(業)이다. 정치인이 행정에 간섭을 한다거나 행정관료가 정치적인 행보를 할 때는 위험이 따른다.

지방자치단체의 리더들이 지방 살리기를 벗어나 정치인들과 어울리며 정치적인 이해타산에 따라 움직인다면 그 지역의 미래는 발전과 멀어진다. 정치인이 공무원의 행정권한을 침해하고 간섭한다면 이는 월권인 동시에 훼방꾼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교수가 정치인들과 어울리며 연구를 게을리 하거나 학생지도에 소홀히 할 때 대학의 품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기업을 경영하는 사장이 강단에 서는 맛을 보고 방송을 타기 시작하면서 경영에 집중하지 않으면 그 회사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이 자신의 본업에 충실하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물론, 각자 개인의 직업은 완전히 바꾸거나 여러 가지 직업을 동시에 영위할 능력이 있는 경우는 다르다. 씨름선수를 하다가 연예인이 되기도 하고, 의사가 벤처 기업가가 되는 경우도 많다.

바뀐 직업에 충실하고 있다면 문제가 없다. 가수이면서 화가일 수 있고, 시인이면서 소설가일 수 있으며, 기업가이면서 겸임교수를 맡을 수 있다.

그러나, 굵은 선은 지켜나가야 한다. 어느 조직이나 지역의 대표가 되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지도자라면 그 직업의 가치나 비중은 다른 것과 다르다.

바로 그때 누군가 올바른 말을 해 주고, 옆길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조언을 해 주는 코치가 있다는 건 매우 행복한 일이다.

요즘 그런 친구들을 만나 정신차릴 수 있음에 고마움을 표하며 그런 친구가 없는 사람은 얼마나 외로울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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