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 아버지의 눈물/ 시. 이채
남자로 태어나 한 평생 멋지게 살고 싶었다. 옳은 것을 옳다고 말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말하며 떳떳하게 정의롭게 사나이답게 보란 듯이 살고 싶었다.
남자보다 강한 것이 아버지라 했던가. 나 하나만을 의지하며 살아온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위해 나쁜 것을 나쁘다 말하지 못하고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 세상살이더라.
오늘이 어제와 같을지라도 내일은 오늘보다 나으리라는 희망으로 하루를 걸어온 길 끝에서 피곤한 밤손님을 비추는 달빛 아래 쓴 소주잔을 기울이면 소주보다 더 쓴 것이 인생 살이더라.
변변한 옷 한 벌 없어도 번듯한 집한채 없어도 내 몸 같은 아내와 금쪽같은 자식을 위해 이 한 몸 던질 각오로 살아온 세월 애당초 사치스런 자존심은 버린지 오래구나
하늘을 보면 생각이 많고 땅을 보면 마음이 복잡한 것은 누가 건네준 짐도 아니건만 바위보다 무거운 무겁다 한들 내려놓을 수도 없는 힘들다 한들 마다할 수도 없는 짐을 진 까닭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울어도 소리가 없고 소리가 없으니 목이 메일 수밖에
용기를 잃은 것도 열정이 사라진 것도 아니건만 쉬운 일보다 어려운 일이 더 많아 살아가는 일은 버겁고 무엇하나 만만치 않아도 책임이라는 말로 인내를 배우고 도리라는 말로 노릇을 다 할 뿐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울어도 눈물이 없고 눈물이 없으니 가슴으로 울 수밖에
아버지가 되어본 사람은 안다 아버지는 고달프고 고독한 사람이라는 것을 아버지는 가정을 지키는 수호신이기에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약해서도 울어 서도 안 된다는 것을 그래서 아버지는 혼자서 운다. 아무도 몰래 혼자서 운다. 하늘만 알고 아버지만 아는……. <저작권자 ⓒ 안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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