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사변으로 사회가 빈곤 수렁의 한 가운데에 있을때 가족들과 생별하고 월남, 부산에서 복음병원을 운영하던 장기려 박사에게 어느날 여성 환자가 찾아왔다. “선생님, 퇴원을 하여야겠는데 돈 준비가 안 되었습니다" 장 박사 왈曰 "내일 새벽에 기도회에 다녀와서 뒷문을 약간 열어 놓을 테니 야간 당직자 모르게 살짝 나가십시오" 평생 병원 옥탑방에서 지내며 빈민촌에서 청십자운동 (현, 건강보험제도의 효시)을 한 장박사는 어려운 환자들을 많이 도왔다. 춘원 이광수 선생이 장박사 레지던트 시절에 그에게 치료를 받은 일이 있었는데 그를 보고 "당신은 바보 아니면 성자"라 하였다 한다. 장 박사는 평소에 "바보 소리를 들으면 성공한 것"이라 가르쳤다. 이 시대 사회적 존경을 받다가 2009.2.16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은 자화상을 그려놓고 하단에 ‘바보야’ 라고 써 놓았다. 그 이유를 묻는 신자들에게 "내가 바보이기 때문이지"라 하였다. 동양화가 운보 김기창 화백은 자기를 바보로 표현하였다. 그의 그림 중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유명한 그림은 <바보산수>라는 작품이다. 10,000원권 화폐를 펴면 그의 그림 세종대왕의 초상화를 볼 수 있다. 부와 명예를 버리고 아프리카 밀림 속에서 평생 말라리아와 싸운 슈바이처도 바보 같은 사람인 듯 하다. 소크라테스는 제자들과 인간의 삶에 대하여 토론을 많이 하여 젊은이들을 버려놓았다는 죄로 감옥에 있을 때 친구 크리톤의 끈질긴 탈옥권고를 마다하고 사약을 받아들고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죽었으니 이 또한 바보가 아닌가? "지구는 돌지 않습니다" 라고 한마디만 하면 풀려 날 것을 지동설을 굽히지 않아 교황청으로 부터 종교재판에 회부되어 종신 금고형을 받은 바보 갈릴레오 갈릴레이, 역사 이래 동양 최고의 석학이 닭 한마리 값이 없어 유언의 방법을 빌려서 거액(?)의 채무를 갚은 바보 공자, 민주화 유공자증을 반납한 바보의사, 민주화 보상금을 반납한 바보 정치인, 당신들의 바보짓은 곧 불어 올 시원한 가을 바람입니다. 나폴레웅은 군 軍초소 순시 중 보초병이 총을 옥수수 단 위에 올려 놓고 잠이 들은 것을 보고 그 총을 메고 병사가 잠에서 깨어날 때까지 여러 시간 대신 보초를 섰다고 한다. 바보짓인가? 철학이 있는 지도자가 부럽기만 하다. 우리가 당신들을 사랑하는 이유는 잘 생겨서가 결코 아닙니다. 바보짓에서 신선함을 찾을 수 있어서 입니다. 날렵한 삶을 어수룩한 삶으로 날려주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안양시민들의 행진에 청신호가 켜 지기를 기도합니다. <저작권자 ⓒ 안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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