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러시아 연예인 65명으로 구성된 세계적인 예술단 돈 코사크 송 앤 댄스 Don cossacks song & dance의 공연을 관람한 바 있다. 한가지 매우 인상적인 것은 단원 중 키가 월등히 작은 연기자가 있었는데 매 장면마다 중요한 역할을 담당 하였다. 우리는 그를 ‘꼬마’라 불렀는데 금방 친근감이 돌아 그가 나올 때 마다 박수가 쏟아졌다. 연예단의 중심인물이라는 점이 마음이 들었다. 다재다능하면서도 결코 뽑내지 않는 작은 거인 꼬마가 머리에 아직 남아 있다. 추석절에 많은 사람이 움직이고 있다. 어떤 것을 향하여 분주한지를 보았더니 한결같이 작은 것을 향하고 있다. 대도시에서 소도읍으로, 아파트에서 고향의 작은 집으로, 한강에서 어릴 때 놀던 실개천으로, 큰 길에서 농촌의 소로로, 큰 산에서 조상묘가 있는 동산으로, 큰 교회에서 작은 교회로, 도시의 큰 소리를 피하여 풀벌레의 작은 소리를 들으려는 발걸음들이다. 명절에 찾는 것들은 모두가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소음과 분진 아귀다툼이 있는 도시 보다 태어나고 자란 고향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며 언제 대형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는 큰 건물보다 조상 대대로 지키고 있는 작은 집, 내 정서가 싹트고 형제들과 비벼대며 자란 둥지, 엄마의 젖을 빨고 날갯짓을 배운 작은 집, 소중한 집 나의 고향 집, 고기 잡고 물장구 치며 놀던 개울, 목욕하다 뱀이 나타나면 발가 벗은 채 마을 한바퀴를 마라톤하던 꿈에서만 볼 수 있는 그때 그 냇가, 동심으로 돌아가 종이배 띄우고 싶은곳 소중한곳, 책 보자기를 어깨에 두르고 항상 뛰었던 좁은 길 작은 길, 소중한 길을 다시 걷고 싶다. 자고 나면 언제나 새롭고 푸르게 내 앞에 나타나 주는 앞동산, 칡 캐고 나물 뜯고 어른들 몰래 불장난과 콩서리를 하던 아지트, 앞동산이여 포크레인 한테 지지 말고 영원히 서 있어다오. 봄이면 뻐꾸기와 종달새 소리를 듣고 여름이면 개구리 울음, 매미소리, 가을 창가의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며 때 묻지 않은 감정을 키워 온 우리, 꽁꽁 얼어 붙은 실개천,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리면 봄이 오고, 낙엽 구르는 소리가 커지면 겨울이 온다. 사계절이 소리로 왔다 소리로 가는 것을 느끼며 자란 우리, 작은 소리를 모아 보았다.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소리인가. small is beautiful 의 철학이 이곳에서 발견 된다. 작은 것들이여 전면으로 나오라. 우리 정서를 키운 소중하고 아름다운것들이여 ....... 저 쬐그만 것들 ,안간 힘을 쓰며 찌푸린 하늘을 ,요동치는 우주를 떠 받치고 있는 작아서 ,작아서 늘 아름다운 것들 밑에서,밑에서 늘 서러운 것들 , 조태일 시인의 <이슬 곁에서>이다. 오늘도 시민들의 행진에 청신호가 켜지기를 기도합니다. <저작권자 ⓒ 안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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