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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18년12월24일 08시45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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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을 밟으며 내 몸에게
사람과 세상사이에

어제 수원 경인지방우정청에서 ‘세상과 사람사이’에 제7집 출판 기념회가 있었다.

손편지는 초. 중.고등부에 이어 학부모 교실, 사랑의 손편지쓰기 백일장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뒷면에는 편지가족 경인지회 회원들의 마음을 전하는 편지가 수록 되어 있는데, 필자는 특정인이 아닌 내몸에게 띄우는 편지를 썼다.

 

낙엽을 밟으며 내몸에게

가을비가 세차게 내리는 한낮, 도로위에 낙엽을 밟는다.

바람에 흩날리던 낭만은 어디가고 비에 흠뻑 젖은 네 꼴이, 꼭 초로의 내 몰골처럼 처량하구나.

만고풍상을 견디어 왔을 너도, 세상풍파 견디며 주름살 더 해온 나랑 그 무엇이 다르랴!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 옛말처럼, 삶의 무게에 짓눌려서 지친 몸을 이끌고 병원 침대에 누워본다.

의사는 스테로이드, 일명 뼈 주사를 어깨 깊숙이 투입하며 “이 지경이 되도록 어찌 견디었느냐”고 혀를 찬다.

 

아아악!

부족한 주인을 만나 혹사당한 내 몸의 지체들이 비명을 지르며 눈물까지 쏟아 낸다.

좀 더 일찍 소리 없는 아우성에 귀를 열지 못한 후회가 엄습 해 오는 한낮이다.

이 작고 볼품없는 몸뚱이가 우리 가족의 생계수단이었으니, 내 형편으로는 어쩔 수 없는 최선이었다고 자문자답에 도리질까지 해 본다.

몸이 보내오는 소리없는 신호였던 만성당뇨에 위암수술까지 겪으면서도 일을 쉴 수 없었던 열악한 환경 앞에서 난 질끈 두 눈을 감았지.

온 가족의 생계가 이 몸에 달려 있으니 오른팔이 아프면 파스로 도배하고 왼손으로 어깨를 탁탁 치며 견디어 온 세월이었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고 했던가!

나도 두 아이의 어미였지.

3년 전 자정, 산통보다 더한 통증에 응급실부터 시작된 병원쇼핑은 이미 중독이 된지 오래지.

오십견. 우측 견관절 회전근개 파열, 어깨에 석회가 끼었다. 등등....... 양 어깨의 반란이 시작 되었다.

동네 의원부터 대학병원 문턱을 달토록 넘나들어도 통증은 멎지 않았어.

그렇다고 해서 쉴 수는 없었다.

어깨는 갈수록 증상이 악화되어 옷을 입거나 벗을 때는 물론, 팔을 뒤로 젖히는 동작조차 힘들었지.

복잡한 시장통이나 지하철에서 인파에 밀릴때면 자지러지는 비명과 함께 눈물을 쏱기 일쑤였다.

이를 악물고 참고 견디면서도 일손을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은 죽기 아님 살기였다.

 

다행히도 왼쪽 어깨는 약물로 치료가 되었지만, 오른쪽 어깨는 도수치료. 스트레칭. 물리치료. 통증클리닉에서 아직도 고전분투 중이지만 이젠 견디는데 이골이 날 정도가 되었지.

그런데 오른쪽 어깨는 속이 상하도록, 미련하게 참고 견디는것까지....... 어쩌면 그렇게 못난 주인을 닮았니.

어깨높이로 들 수도 뒤로 젖혀지지 않는 팔로, 무거운 것을 먼저 들겠다고 나서니 말이다.

애써 왼손에 수저를 쥐어보지만,  오른손은 마뜩치 못한지 매사에 먼저 나선다.

그게 어디 오른손뿐이랴!.

교통비 아낀다고 족히 십리길을 걸으며,  값싼 신발로 발꿈치는 물집이 터져 피까지 흐르게 한 곰탱이 주인이었지.

다리가 욱씬욱씬 쑤시고 발등이 수북하게 부어올라야만 절룩거리며 버스를 탔던 미련함의 극치였다.

설상가상으로 다리가 쑤시고 자주 쥐가 나서 찾아간 신경외과에서는 척추협착증이라니.....

무지한 주인은, 울고 있는 눈물 속에서도 이것이 내겐 최선이었다고 목울음 삼켜본다네.

 

사랑하는 소중한 내 몸아!

내 친정어머니가 “죽으면 썩을 몸뚱이 아껴 무엇 하랴!” 하며, 우리 7남매를 오롯이 지켜냈듯이 나도 그 어미의 그 딸이었다.

이제 60중반의 문턱에서 비에 젖은 낙엽을 보며, 처량한 내 지체들에게 고맙고 또 미안함을 감출 수가 없다네.

하지만, 남들처럼 값비싼 화장품에 마사지 받고, 맛난 음식에 고가의 치장은 못하고 살지만 올곧고 반듯함을 애써 위안으로 삼아본다네.

모두가 내 몸의 지체인 그대들 덕이었기에 세삼, 고마움을 표현 하려니 무척 쑥스럽구먼.

머리 부족한 주인이지만 열심히 살아 왔다는 자긍심으로, 가슴 활짝 펴 보는 이 순간 얼마나 행복 하던지.......

 

사랑스런 내 몸의 지체들아!

높은 담장 안에서 맘 고생함보단 그래도 손가락질 안 당하는 몸 고생이 낫지 않은가!

이제는 노년의 문턱에서 체력도 쇠잔해 가니, 그대들을 아끼고 보살피며 웃음으로 주름살 이고지고 살아감세.

 

내 소중한 지체들아!

지난날 혹사 당함을 노여워 말고, 우리 평생동지로 만난 끈질긴 인연으로 오손도손 길동무 하세나.

이 세상 끝 날까지.

2018년 10월 26일 금요일 낮에
네 몸주인이.

편지글에는 답답하고 힘들 때 속상하고 억울할 때, 고맙고 감사함을 담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공감과 감동을 주고 있다.이 미련하고 우직한 필자의 글이 힘든이에게 작은 공감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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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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