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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20년02월11일 07시21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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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젊은이들을 현혹하지 말라

학생들의 취업과 진로에 도움을 줄만한 강의를 하기 위해 강의실로 들어 섰다. 200 여명의 학생들이 빼곡히 앉아 있었다.

둘째 줄 우측에 앉아 있는 남학생이 유난히 신경에 거슬렸다. 모자를 푹 눌러 쓰고 앉은 채로, 앞은 바라보지도 않고, 강의는 안중에도 없었다.

좌우와 뒤쪽을 둘러 보니 곳곳에 그런 학생이 있었다. 입을 벌린 채로 이미 잠에 취한 학생도 있었다. 반항인지 포기인지 알 수 없었다.이런 분위기에서 강의를 하라고?

모든 학생들을 일으켜 세워 내 쫓고 싶었지만, 그렇지 않은 나머지 학생들의 눈동자를 외면하거나 시끄러운 일을 만들고 싶지 않은 건, 행사를 주최한 학교측이나 강의에 초대된 강사의 입장도 마찬가지였다.

강의를 듣고 싶지 않은 학생들은 자신이 선택한 학교나 전공에 관심이 없는 건지, 학교 생활이나 학습 자체를 외면하고 싶은 건지 알 수가 없다.

한 학기가 중반에 접어 들어 과제를 내 주었다. 과제 출제 의도와 답안 작성 형식을 알려 주며 “생각과 의견을 서술하라는 가벼운 문제”였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열심히, 솔직하게 “자신의 미래와 꿈”을 이야기 하면서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과 계획을 상세히 기록하여 제출했다.

하지만, 몇몇 학생들은 중고등학생들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글을 써 냈는가 하면, 어떤 학생은 제출 기일이 지났다며 택배로 과제를 보내기도 하고, 억지로 베껴 쓴 과제를 밤늦게 들고 오는 학생도 있었다.

학생들의 취업 준비 과정의 하나로 면접실습을 하였다. 묻는 질문에 답하는 내용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

면접장에 나타난 옷차림은 자유가 아닌 방종이었다. 예절에 앞서 상식을 잊고 있었다.

자기를 소개하고 미래의 꿈을 설명하는 말에는 강인한 의지와 뚜렷한 자신감을 나타내는 언어가 없었다.

막연한 단어의 조합과 이상한 용어의 나열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몸짓과 초점을 잃은 눈동자에선 희망을 읽을 수가 없었다.

책을 읽지 않고 게임에 빠졌거나 영화와 TV 앞에서 세월을 보낸 학생의 티가 났다. 기업들이 요즘 젊은이들을 왜 외면하는지 학교는 아직 모르고 있다. 그런 현실을 아는 게 두려운 것이다.

이들을 계속 가르쳐야 하는가? 어디부터 설득하고 어디까지 타일러야 하는가? 누가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는가?

아시아에서 꼴찌를 달리는 교육과 정치, 정부 행정은 상관관계가 밀접할 수 밖에 없다.

그나마 기업 경영인과 문화 예술, 그리고 일부 스포츠 선수들이 나라 체면을 살려 주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100분에 100문제를 풀어 나가는 “찍기 시험” 문제, 수백 명의 학생들을 한 강의실에 몰아 넣은 대단위 강의, 전철과 버스 안에서 졸며 자며 서너 시간을 통학하는 학생들. 이런 환경에서 아름답고 이상적인 글만 쓰기엔 너무나 쓰리고 저린 현실 한 가운데, 병들어 죽어가는 교육현장에서는 직업교육 이전에 필요한 인간교육이 시들어 가고 있었다.

인간 본연의 철학과 역사를 포함한 인문학은 이공계 기피와 함께 모두 쓰레기통에서 썩어가고 있다. 그나마 엘리트의 일부는 50~60년 전의 고시(考試)에 목매달고 있다.

대학생들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 나라의 백년대계 인간교육은 포기했단 말인가?

실업률이 높아가고, 취업의 문턱이 좁다며 젊은이와 중년 장년층 모두가 거리로 내몰리는 사회에서, “기업인은 모두 못된 사람이고, 사업하는 사람은 모두 사기꾼”이라는 누명으로 몰아 가는 그들은 지금, 누가 벌어 들인 돈으로 살고 있는가?

화려한 말 잔치와 날마다 싸우고 다투는 정치판, 공적 자금으로 몇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며 얼마 동안이나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인가?

케케묵은 이념논쟁을 중단하고, 교육제도의 총체적 혼란을 바로 잡을 정책을 수립하여 과감히 시행할 것을 각 정당과 국가, 정부 관계 부처에 강력히 촉구한다.

자칭 타칭 국가 지도자들은, 전 국민을 가벼운 즐거움과 나약한 게으름의 희열로 빠져 들게 하지 말라. 우민정치(愚民政治)를 끝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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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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