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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17년03월16일 00시00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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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고시대, 우리 자녀의 어학교육 "대한민국 국어교육의 문제점을 진단하다"
파파고시대, 우리 자녀의 어학교육 "대한민국 국어교육의 문제점을 진단하다"

이 글에서는 지난 2015년EBS에서 방영되었던 “한글 교육 집중취재”라는 기사 내용을 정리해보면서 한국 국어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진단해보도록 한다. “한글 교육 집중취재”는 한글 교육의 문제점을 심도 있게 다루면서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초라한 OECD 문해율 성적표 인류사회는 구전문화에서 기록문화로 발전했고 급기야 지식기반사회로 접어들었다. 이런 환경에서는 다양한 정보들을 읽고 이해하는 일이 중요하므로 선진국일수록 기초문해능력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한글을 아는 사람이 99%에 달해 문맹률이 낮기로 유명한 우리 나라 국민의 “문해율” 수준은 어느 정도 위치에 와 있을까?

“문해율”은 문자를 이해하고 문자로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성인의 비율을 뜻한다. “문해”는 단순히 글자를 읽고 쓰는 것뿐만 아니라 그 내용을 이해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OECD가 실시한 국제성인문해력 조사결과, 문해력이 최저수준인 사람의 비율이 한국이 38%로, 회원국 평균인 22%를 한참이나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문해율이 OECD 하위권인 중요한 원인을 전반적으로 부실한 기초 한글교육 때문이라고 말한다.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민현식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너무 쉽게 생각해요. 한글도 쉽게 생각하고, 또 문자 쓰기 이런 걸 갖다가 그렇게 대단히 중요한 것처럼 생각하지 않아요. (중략) 한글에 자부심도 갖고 있으면서 한글이 귀중하다 다들 생각하면서도 막상 그런 걸 체계적으로, 기초부터 익히는 것, 이런 게 소홀하다 이거죠.”

교실 속 읽지 못하는 아이들 초등학교 1학년인 혁규는 자기 이름 외에는 한글을 잘 모른다. “아기”의 “아”자는 아는데 “아버지”의 “아”자는 잘 모른다. 초등학교 2학년 동수는 2음절, 3음절 단어는 잘 못 읽는다. 자기가 모르는 단어, 처음 본 단어는 못 읽어 낸다. 초등학교 3학년 재윤이는 받침 있는 단어는 제대로 읽지 못한다. 그는 책 읽는 시간이 가장 고통스럽다. 이 아이들은 국어시간이 두렵고 싫다.

혁규, 동수, 재윤이처럼 적절한 지도를 받지 못해 기초 한글 교육에 구멍이 뚫린 학습부진 학생들은 그 부진이 고학년까지 이어진다. 한 논문에 따르면 초등학교 1학년 시기의 읽기 부진 아동이 초등학교 4학년까지 부진으로 이어질 확률은 88%, 초등학교 3학년 읽기 부진 아동이 중학교 3학년까지 읽기 부진을 겪을 확률은 74%라고 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읽기 부진을 겪는 아이들 대부분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교묘하게 자신이 글자를 모른다는 사실을 숨긴 채 지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런 학생들은 말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데는 문제가 없어서 한글 읽기에 문제가 있는지를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교육봉사단체 “아름다운 배움”의 고원형 대표는 “10명 정도가 한글이나 맞춤법, 한글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경우인 것 같다”고 말한다. 실제로 2013년 전국 5개 시도교육청에서 실시한 초등학교 3학년 “기초학습 진단평가”결과를 분석했더니 학생 가운데 읽기 미도달 비율이 4.55%, 쓰기 미도달 비율은 10.51%나 됐다.



우리의 한글교육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사교육에 내몰린 한글 현재 만3세에서 만5세 아이들이 공통적으로 배우는 누리 과정에는 “한글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한다”라는 내용은 있지만 직접적으로 한글을 가르친다는 내용은 없다. 그리고 초등학교에서는 제대로 한글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사실상 책임지고 충실하게 한글 기초를 가르치는 곳은 어디에도 없는 실정이다. 교육평론가 이범 씨는 “우리나라가 전 세계 모든 나라 중의 거의 유일하게 모국어 문자 읽기 교육을 공교육에서 책임지지 않는 나라”라고 꼬집는다.

“공교육이 우리를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공교육에 대한 신뢰 부재로 학부모들은 각자도생의 수단으로 사교육을 시키고 있다. 80% 이상에 달하는 부모들이 초등학교 입학 전 “한글은 집에서 미리 떼고 오는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고 실제로 무려 81%의 학부모가 자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별도로 한글 교육을 시켰다. 학부모들이 미취학 자녀에게 미리 한글교육을 시키는 이유를 물었더니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서”가 31%로 가장 많았고 “다른 아이들보다 뒤처질까 봐”, “ 초등학교에서 한글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는다”가 그 뒤를 이었다. 이렇게 아이들은 태어나서 첫 사교육으로 한글 학습을 마주하게 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영?유아 보육 교육비는 4조 9천억 원 정도인데 이 중 절반이 사교육 시장으로 흘러 들어간다고 한다. 영?유아시기의 사교육은 대부분 학습지의 형태로 이루어지는데 육아정책연구소가 실시한 “영?유아 교육?보육비용 추정연구Ⅱ” 결과에 따르면 학습지를 이용하는 영?유아 중 84.9%가 한글 과목을 이용하고 있다. 학습지를 이용하는 이유로는 ‘초등학교 선행학습’이 절반 이상인 50.7%를 차지했다.

미취학 자녀의 한글 사교육에 들인 지출액 조사에서도 월 10만원 이하라는 응답이 88%로 가장 많았고 월 10~20%만원 수준이 7%, 월 30만원 넘게 투자했다는 응답도 5%를 차지해 한글 사교육에 드는 비용 또한 만만치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아이들의 발달 단계가 고려되지 않은 너무 이른 한글 학습지 수요가 많다 보니 한글 사교육 시장은 거의 포화상태로 성장해버렸고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고객을 먼저 잡아두기 위한 업체들 간의 경쟁 속에서 한글 교육 시작 연령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온갖 교육이론을 들먹이며24개월부터 한글공부를 시키도록 부추기는 업체가 허다하며 심지어 생후 8개월부터 한글 교육이 가능하다는 곳도 있다.

문제는 이런 조기 한글 교육 프로그램이 아이들의 발달단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아서 오히려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언어성장과 정서발달을 위협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조언이다. 특히 한글의 창제원리를 배제한 채 글자를 읽히기에 급급한 마음으로 시작한 너무 이른 시기의 통글자 교육은 처음에는 효과가 빠른 것처럼 보이나 오히려 아이가 한글의 조자 원리를 깨치는 것을 방해해 한글 습득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한글 수준 천차만별, 읽기 부진 이유도 제각각 초등학교 1학년 교실. 같은 1학년 아이들이지만 한글 수준은 그야말로 들쑥날쑥! 한글을 이미 깨치고 책을 술술 읽는 아이, 떠듬거리면서라도 책을 읽어내려 가는 아이, 겨우 간단한 단어나 자기 이름 정도만 쓸 줄 아는 아이...... 아이들간의 수준 차이가 상당히 커서 교사들은 수업의 초점을 어디에 맞춰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런 격차는 도시와 농산어촌의 작은 학교를 비교하면 더욱 심각하다. 부진 학생의 비율은 대도시나 중소도시에 비해 읍면지역이 4~5배가 더 높고 읽기 부진 비율 또한 교육환경이 좋은 지역(15%)와 열악한 지역(57%)로 4배 간의 차이를 보였다. 읍면 지역이 높다는 것은 읍면 지역의 아동들이 처해있는 전반적인 학습 환경이 열악함을 말해준다. 한 반에 대여섯 명 남짓한 시골 학교에서는 기초 읽기가 안 되는 아이들이 2~3명만 돼도 이미 교실의 절반이 훌쩍 넘기 때문에 교육 과정대로 수업 자체가 진행되지 못한다.

이렇게 개인 간 한글 수준의 격차가 심할 뿐만 아니라 읽기 부진을 겪는 아이들의 유형 또한 다양하다. 최근 다문화 가정, 한부모 가정, 조손가정이 늘고 각종 사교육이 성행하면서 충분한 언어자극을 받지 못해 언어발달이 느린 아이에서부터 글자를 잘 읽지 못하는 아이, 읽어도 이해를 못하는 아이들까지 저마다의 언어환경이나 발달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포진되어 있다.

현재 우리나라 한글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의 원인을 교육당국의 교육철학과 정책에서 찾아본다.

교육당국은 한글교육에 대한 청사진이 없다 미국의 경우, 지문에 대한 이해력을 측정하는 렉사일 지수나 책의 난이도를 알 수 있는 AR레벨과 같은 분석도구들이 있다. 반면 우리 나라에는 추상적인 국어습득의 목표만 존재할 뿐 한글 읽기 발달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과 체계는 물론 학년별 혹은 발달 단계에 따라 배워야 할 공식적인 어휘 목록조차 없다.

따를 기준이 없다 보니 학교의 한글교육은 일관성은 없고 호떡 뒤집듯 뒤집히며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수업 차시를 놓고 보더라도2000년도 제7차 교육과정을 보면 기초한글해득 즉 한글 깨치기에 배정된 시간은 단 6시간에 불과했다. 그러다 2007년 개정에서는 14시간이 배정되었고 지난 2013년부터 적용된 초등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는 1~3단원 총 27시간이 한글 해득을 위한 시간으로 배정되었다. 이후 2015년 개정을 거쳐 2017년부터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한글 해득을 위한 교육시간이 기존의 27시간에서 최소 45시간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난다. 사회와 교육이론의 발전과 더불어 시의 적절하게 교육정책에 대해 약간의 수정과 보완해 나가는 일은 바람직하지만 짧은 시간 차를 두고 교육정책을 마구 뜯어 고치는 것은 교육당국이 교육과정 설계 시, 철저한 사전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한글교육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지 않다는 방증일지도 모른다.

전문가들은 일관성 있게 믿고 따를 기준을 만들려면 아이들의 한글 읽기 발달에 대한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연구부터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읽기 발달에 대한 기초 연구를 통해 교육 당국 차원에서 명확한 기준을 만들고 그에 근거하여 교육과정이 개발되어야만 한글 공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다는 설명일 것이다.

 “하향식” 교육과정의 편성이 문제다 “하향식”교육과정 편성이란 고등학교까지 배울 내용을 정해놓고 학년 별로 배울 내용을 거꾸로 잘라 내려오는 방식을 말한다. 이러한 편성에 따르면 마지막 남은 초등학교 1학년에 많은 내용이 몰리게 되고 1, 2학년 국어교육과정 성취수준이 너무 높다. 한마디로 교육과정 설계가 잘못되었다.

“하향식” 교육과정이 편성된 데는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인력의 불균형이 한 몫하고 있다.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구성원은 대개 중등 전문가들로 이들은 본인들이 하고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그것을 고등학교 때까지 배워야 한다고 교육과정에 투입한다. 그러면 나머지 내용은 초등학교 과정에 밀어 넣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초등과정을 이해하는 균형 있는 교과 과정 개발이 이루어지기 힘든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게다가2007개정교육과정은 텍스트중심주의를 내세워서 기초적인 기본기능을 익히기보다 학생들이 완성된 텍스트를 가지고 국어의 기능을 획득하고 실생활에서 활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텍스트 종류는 1학년은 낱말과 문장, 일기, 동화이고2학년은 글, 이야기, 편지 등이다. 텍스트의 성격을 보면 인상적인 내용이 담긴 것, 감정을 표현하는 것으로 제시되어 있어 교과서에서 학생 발달 수준을 고려할 여지가 거의 없다. (엘파란, “초등1학년, 내년부터 한글 배울 시간 더 줄어든다” 중에서)

텍스트중심주의 교과과정에는 ㄱ, ㄴ, ㄷ을 배워서 낱자를 만들고 낱자와 낱자를 합해서 낱말을 만들어가는 과정, 말하는 것을 글로 표현해보는 경험, 낱말쓰기에서 점차 문장쓰기로 서서히 확장해가며 문법 규범을 배우는 과정들이 생략되어 버린다. 한글이라는 문자 도구를 이해하고 그 원리를 깨치고 숙련되게 익히는 기초 문식성 교육이 교육과정에서 배제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학교 현장에서는 학기초부터 알림장을 쓰게 한다든지, 받아쓰기의 내용과 수준이 높다든지 등 과도한 학교과제가 주어지는데 이것들은 “도구에 대한 이해”단계는 훌쩍 뛰어 넘고 “도구의 활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는 유치원 때 한글을 미리 배우지 않고는 입학하자마자 학습부진아가 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초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가 70%의 학생이 이미 문자 해득에 도달한 것을 전제로 개발되었다는 지적도 제기되었다. 충실한 교육으로 선생을 방지해야 할 학교가 한글을 모르면 “국어 교육과정”을 못 따라가도록 함으로써 오히려 취학 전 한글 사교육을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한글을 미리 떼지 않고 들어가면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과 불안감을 확산되고 이것은 곧 한글 선행학습이라는 사교육으로 이어진다.

초등교사 78%는 "한글 문해 지도 배운 적 없다" 초등교사 양성과정에서도 교육당국은 한글 교육을 소홀히 다루어왔다. 실제 설문조사를 했더니 초등교사의 80% 가까이가 한글 문해 지도에 대해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한글 문해 지도를 배운 적이 없는 교사들은 한글을 버거워하는 아이들을 만나도 어떻게 지도해야 할 지 몰라 곤혹스럽기만 하다. 분명 학생에게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은 알겠는데 무엇이 부족한지, 어떻게 도와야 할 지 갈피를 잡을 수 없어 제대로 된 보완교육을 못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교사의 열정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라고 교사들은 입을 모은다.

교육시민단체 좋은교사운동의 임종화 대표는 지금이라도 교육부와 교육청이 현직 교사에게는 재교육을 통해서라도 다시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가르쳐야 하고 예비 교사에 대해서는 양성과정에서 한글 교육을 가르치는 법을 집어 넣어야 된다고 말한다.

국어는 “가, 나, 다 … ” 수학은 문장 “줄줄”, 교과간 연계가 부족한 교육과정 설계 교육과정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전체적인 틀 속에서 과목, 학년 별로 유기적으로 구성되어야 하는데 한국의 초등학교 교과서는 교과간 연계가 안 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경인교대 국어교육과 최영환 교수는 교재 편찬 과정의 이런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꼬집는다. “(교과서 편찬 과정에서 교육당국은) 어떤 학년에서는 문장을 어떤 복잡도로 유지하라, 글의 종류는 어떻게 유지하라, 이렇게 구성을 하도록 조작해야 되는 데 교육부도 그런 마인드가 없고 교육과정 구성하는 전체가 그런 마인드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지금 다 따로 개발돼서 서로 연계가 안 되는 문제가 있죠.”

초등 1학년 교과를 예로 들어보면 <국어>는 한글을 떼고 왔다는 전제하에 기역, 니은은 먼저 배우지 않고 발로 문장으로 들어가는가 하면 국어 과목에서는 자음과 모음을 배우는 데 다른 과목의 교과서는 긴 문장과 어려운 낱말이 등장할 뿐만 아니라 상당한 이해도를 요구하는 주제들이 나와있다. 이러다 보니 실제로 아이들은 전혀 그것을 읽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게다가 교과서와는 별개로 입학과 거의 동시에 알림장 쓰기 등 과제가 이루어진다.

더욱 기막힌 상황은 교육당국의 안일한 태도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초등학교 1, 2학년 단계에서는 교사가 가르치니까 그런 게 문제가 되지 않아요. 교사가 어렵다고 생각하면 수학을 뒤에 가르쳐도 되고 앞에 가르쳐도 되고 상관이 없는 거예요.”라고 말한다. 교육당국은 저학년들은 담임교사가 알아서 가르치면 되는 문제라며 그 책임을 교사 개인에게 돌리고 있다.

읽기 부진에 대한 너무 늦은 개입시기 교육당국은 이른바 “학습 부진아”를 파악하려고 초등3학년 때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실시한다. 그런데 이 정책은 아이들이 실패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개입하는 뒷북정책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비판한다. 특히 한글 읽기 부진 같은 경우는 최소한 초등학교 2학년 이전에 개입해 집중적으로 지원해야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3학년 이후 조기 개입이 불가능 해 실효성이 없다.

이에 대해 뉴질랜드의 “리딩 리커버리 시스템”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곳에서는 초등학교 1학년을 마치면 철자와 발음, 속도 등 학생들의 기초 읽기 능력을 정교하게 평가한다. 이후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읽기 전문 교사가 한 학기 정도 집중적으로 문자 교육을 담당한다. 그렇게 읽기 능력 하위 4~5%정도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집중 교육을 한 결과, 80%이상의 학생들이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글 공교육의 책무, '출발선'은 같게 해주야 6살 하경이는 한글 공부를 따로 하지 않는다. 하경이 나이 때는 학습 능력을 갖추는 것보다 마음껏 뛰어 놀며 바른 정서를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엄마의 판단에서이다. 반면 7살 소윤이는 5살 때부터 2년 정도 학습지로 한글을 공부해서 이젠 웬만한 동화책은 스스로 읽을 정도가 됐다. 이렇게 같은 또래의 아이라도 한글 교육 배경이 모두 다르다 보니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의 한글 수준도 저마다 다르다. 이런 현실 속에서 학교 한글 교육은 과연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한글을 읽고 쓸 줄 아는 것! 한글 교육은 공교육의 기본적인 책무 가운데 하나이며 의무교육기관인 초등학교는 아이들의 기초 한글 해득에 대한 1차적인 의무를 지니고 있다. “얼마나 그 아이가 공부를 잘 하느냐를 떠나서 민주 시민으로 살아가는 기초적인 도구를 우리가 잘 가르쳐주지 않으면 학교는 무엇을 했냐고 물을 때 부끄러운 답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나라는 가정에서 언어 학습이 충분하고 불충분한 격차, 한글을 배우고 안 배운 격차, 어린이집?사립유치원?공립유치원의 격차가 매우 크다. 비율로 보면 20~30%의 학생들이 읽기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로 학교에 들어온다. 이런 학생들은 대부분이 다문화 가정, 조손 가정, 농산어촌의 소외지역 아이들로 가정에서 한글에 노출될 기회도 적고 사교육으로 한글 선행을 할 형편도 되지 않아 한글 문식성과 관련해 환경적으로나 발달적으로 불리하다.

이 아이들은 공교육에서의 체계적인 기초 한글 교육이 누구보다 간절하다. 학교에서 기초 한글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을 경우, 이들은 자신의 모국어조차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다. 교육 당국은 이런 특수한 상황에 놓인 아이들이 학교에서 기초 한글을 충분히 배울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고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도 해야 하지만 우리 나라 교육과정은 사실상 이런 아이들을 배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아이들은 이렇게 계속 학교의 교실 수업을 쫓아갈 수 없게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격차가 커지게 된다.

초등학교는 1~2학년 시기를 한글 수준의 격차를 없애는 기간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기초부터 차근차근 가르쳐 나가면서 한글을 처음 배우는 아이는 새로운 걸 배우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이미 선행을 하고 온 아이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다시 한 번 복습하면서 다질 수 있도록 교육과정이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후에도 교실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추가적인 지원을 통해 기본적인 한글 학습 능력을 끌어 올려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동시에 교육당국은 발달 단계를 넘어서는 영?유아 한글 사교육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한글은 학교가 책임지고 적기에 가르치겠다”라는 책임감 있는 가이드라인의 제시하고 그에 맞는 대책들을 세워나감으로써 학부모의 신뢰를 회복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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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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