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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17년04월13일 00시00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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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고시대, 우리 자녀의 어학교육 "한국어 바로 알기"
파파고시대, 우리 자녀의 어학교육 "한국어 바로 알기"
앞서 나온 “한글 교육 집중취재” 기사를 보면 우리 나라 국민의 “문서 문해 1단계” 비율 (문해력 최저수준을 뜻함)이 회원국 평균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걸로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한글의 우수성”을 꼽는다. 한글은 배우기 쉽다는 인식이 있어서 학교에서 오히려 기초 한글 교육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출처: ebs “한글 교육 집중취재”) 그렇다면 한글은 정말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배우기 쉬운 언어일까?

한글은 부호체계만 놓고 보면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이다. 성인은 아마 반나절만 공부하면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서 간단한 낱말이나 문장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글이라고 하는 것은 부호체계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부호체계는 글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일 뿐, 언어학 책을 뒤져 보면 언어는 음운론, 어휘론, 문장론, 화용론 등으로 구분된다. 각각의 언어학적 요소를 따져보았을 때 한글은 지구상에서 배우기 힘든 언어 제 3위에 링크된다. 제 4위가 일본어이다.

지금부터 우리 한국어가 왜 어려운지 하나씩 살펴보기로 하자.

음운론에서 음운론은 말소리에 관한 것이다. 한글은 말소리를 소리 나는 그대로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하나 한국어는 평음의 경음화, /ㅎ/의 격음화, 장애음의 비음화, 유음의 비음화, /ㄴ/의 유음화, 소리의 중화, 소리의 탈락, 초성의 경음화?격음화?비음화, 구개음화 등 복잡한 음소교체현상들이 존재하여 실제로 문자를 소리 나는 그대로 적는 경우가 많지 않다.
다문화더문화_파파고시대_01
이것은 우리 아이들과 외국인들이 실제로 한글 학습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첫 번째 어려움이며 이를 극복하려면 상당기간의 체계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받아쓰기는 바로 “듣고 쓰기”라는 이름에 걸맞게 한글 문자습득단계에서 듣고 쓰는 연습을 통해서 소리와 다르게 쓰이는 낱말들을 올바르게 쓰도록 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그러나 내가 만난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아이가 받아쓰기 시험에서 20-30점을 맞는 것이 두려울 뿐 한글을 배울 때 왜 받아쓰기를 해야 하는지, 받아쓰기 훈련을 통해 아이가 도달해야 할 목표가 무엇인지를 아이에게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학부모는 아직 만나 보지 못했다.

학교현장에서 받아쓰기는 그 원래의 목적이 무색하게 “외워 쓰는 시험”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학기초가 되면 초등 1~2학년 담임선생님은 받아쓰기 급수표와 함께 매주 모 요일에 받아쓰기 시험을 본다는 공문을 가정에 보낸다. 학부모들은 매주 받아쓰기 시험 날짜에 맞추어서 집에서 미리 두 번, 세 번 쓰기 연습을 시키고 틀린 부분을 위주로 해서 암기를 시킨다. 다음날, 학교에 와서 급수표 그대로 시험을 보고 엄마랑 연습한 아이는 100점, 90점을 맞고 여건이 안돼서 연습을 못하거나 안 한 아이는 10점, 20점을 맞는다.

받아쓰기는 낱말이나 문장 수준에서부터 시작할 것이 아니라 한글의 조합원리에 맞춰서 자음, 모음을 듣고 쓰는 것부터 해서 받침이 있는 것, 낱말, 문장 순으로 체계적으로 진행하여 한글의 기초를 탄탄히 다지고 읽기에 대한 아이들의 자신감을 키워줘야 할 것이다.

어휘론에서 어휘론은 단어에 관한 것이다. 한국어는 일찍이 말만 있고 글이 없어 고구려시대부터 중국에서 한자를 빌려다 자국의 문자생활을 유지해왔다. 한자를 차용하고 중국과 상업?문화적 접촉을 하는 과정에서 다량의 한자어가 유입되었다. 게다가 일제강점기에 일본은 조선인에게 국어로 일본어를 가르침으로써 다량의 일본식 한자어(단어) 또한 우리 말에 들어오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현재 한국어에는 한자어가 전체 어휘의 반을 넘는다.

한자어는 기본적으로 한자의 뜻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그 의미를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여기에 한글로 표기된 한자어는 다의성을 가지기 쉽다. 예를 들어 “정도”는 “바른 길”이라는 뜻도 되고 “어떤 수준이나 한도”라는 의미일 수도 있으며 “정확도”라는 뜻으로 쓰일 수도 있다. 다의성을 띈 단어는 오로지 문맥 안에서만이 최종 의미가 결정되므로 적합한 뜻을 고르기 위해서는 더 많은 문맥정보가 필요하고 문맥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더 많은 기억 작업이 필요하다. 이는 문장을 읽고 이해하는 시간을 지연시킬 뿐만 아니라 문장의 의미를 더 깊게 분석하는 데 주의를 주지 못하게 될 수 있다.

또한 우리 말 어휘에는 한 사물을 가리키는 여러 개의 단어가 존재한다. 즉 동의어가 많다. 예를 들어 “하늘”은 창공, 창천, 청천, 청궁, 천공, 벽공 등으로도 쓰인다. 이는 어휘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요소이나 한국에 습득과정에서는 분명 부담으로 작용한다.

문장론에서 한국어는 단순한 단어의 나열로 문장이 만들어지지 않으며 문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단어 뒤에 조사나 어미가 붙는다. 한국어 조사는 그 유형이 복잡할 뿐만 아니라 앞에 오는 낱말의 받침 유무에 따라 바꿔서 사용한다. 조사는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울 때 아주 어려워하는 내용이다.
다문화더문화_파파고시대_02
한국어에서 문말에 나타나는 어미는 대부분의 문법적 기능을 담당하며 종결표현에 따라 전체 문장의 의미가 좌우된다. 한국어의 의미는 굴절 등 그 변화가 활발하여 습득에 상당한 노력을 요한다.

화용론에서 한국어는 경어법이 매우 발달한 언어이다. 경어법이란 상황과 말하는 대상에 따라 화자나 청자를 높이거나 낮추어 말하는 것을 가리킨다. 경어법은 언어의 위계질서를 형성하면서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관계나 심리적 거리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밥을 먹다”라는 표현은 말하고 듣는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밥 먹어라”, “밥 잡세요”, “식사하세요”, “진지 드세요” 등으로 표현을 달리해야 한다. 경어법은 한국어에서 매우 중요한 문법적 범주로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울 때 어려움을 느끼는 또 하나의 내용이다.

앞서 다룬 내용 외에도 한국어는 상당히 복잡한 내용의 문법체계를 갖고 있다. 한국어에 내재되어 있는 원리와 규칙에 대한 이해 정도는 곧 한국어 문장생성능력과 의사소통능력과 직결되므로 교육당국은 보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국어교육과정을 도입하여 국민의 국어소양 함양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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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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