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은 여름』은 2012년부터 2017년 봄까지 여러 문학잡지에 실렸던 김애란 작가의 7편의 글들을 모은 단편 작품집이다. 이 중 화제가 되었던 제37회 이상문학상 수상작 <침묵의 미래>, 제8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도 실려 있다. 저자는 수록작 가운데 한 편을 표제작으로 삼는 통상적인 관행 대신, ‘바깥은 여름’이라는 제목을 따로 붙였다. 이 제목은 누군가의 ‘안〔內〕’을 골똘히 들여다보도록 한다. 시간은 끊임없이 앞을 향해 뻗어 나가는데,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 하고 제자리에 멈춰 서버린 누군가의 얼어붙은 내면을 말이다. “안에선 하얀 눈이 흩날리는데, 구 바깥은 온통 여름일 누군가의 시차를 상상했다”「풍경의 쓸모」 “가끔은 사람들이 '시간'이라 부르는 뭔가가 '빨리 감기' 한 필름마냥 스쳐가는 기분이 들었다. 풍경이, 계절이, 세상이 우리만 빼고 자전하는 듯한..” 「입동」 일곱 작품에 등장하는 이들 모두 주변에 흔히 보이는 이웃처럼 평범하다. 어린이 집에 다니는 아들을 둔 부부, 몇 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젊은 남녀, 다문화 가정의 아이, 학과장의 눈치를 보는 시간 강사 등이다. 이들은 각자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대상을 잃은 후, 자신의 내면과 바깥의 온도 차를 느끼며 살아간다. 이들에겐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무심함을 넘어 무례하게 들리고 ‘다 지나간다.’는 말은 요원한 꿈처럼 보인다. 이들의 삶이 상실이 일어난 시점에 그대로 멈춰 버려서다. 저자는 ‘나’와 ‘타인’의 경계를 흐릿하게 함으로써 타인의 불행에 함께 젖어들게 한다. 타인의 불행으로 치부했던 것을 ‘우리의 불행’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렇게 상실의 상처는 우리의 상처가 되어 바깥과 안의 ‘온도’를 조정해 나간다. 김애란 1980년 인천 태생으로, 2002년 제1회 대산대학문학상에 「노크하지 않는 집」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으며, 2005년 대산창작기금과 같은 해 최연소로 제38회 한국일보 문학상을 수상했다. 일상을 꿰뚫는 민첩성, 기발한 상상력, 탄력있는 문체로 ‘익살스럽고 따뜻하고 돌발적이면서도 친근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칼자국」으로 제9회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주요작품으로 소설집 『달려라. 아비』,『침이 고인다』,『서울, 어느 날 소설이 되다』등이 있다. <저작권자 ⓒ 안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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