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과 북한 귀순용사 총상치료로 잘 알려진 외과의사 이국종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출간되었다.(전2권) 저자는 서문에서 김훈 작가의『칼의 노래』를 ‘인생의 책’으로 소개한다. 조선을 살린 이순신의 ‘칼’과 생명을 살리는 이국종의 ‘칼’. 그것은 크게 다르지 않으며, 그 ‘칼의 노래’는 이국종과 그의 팀원, 그리고 힘든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정의한다. 책의 첫 단락은 마치 작가 김훈을 오마주(Hommage)하듯 글의 전개와 문체가 상당히 닮아있다. 비장함을 넘어 눈앞에 선혈이 낭자하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하는 표현력과 속도감은 순식간에 독자를 ‘생사의 갈림길’로 안내할 것이다. 언론에 비친 냉철한 이미지와 유려한 말솜씨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문장들은 그가 얼마나 수많은 역경을 극복하며 지금까지 왔는지를 잘 보여준다. 상이용사의 아들로 나고 자라 가정형편으로 학업을 중단하기도 했었던 그가 당시 국내에서는 개념조차 없었던 중증외상센터를 한국에 도입하려는 과정은 실로 눈물겹다. 사람을 살릴수록 적자가 나는 아이러니한 수익구조, 사람과 정치논리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정책과 의료현실은 그를 무력하게 만든다. 저자는 지금껏 해온 일들이 ‘똥물 속으로 빠져들어 가면서도, 까치발로 서서 손으로는 끝까지 하늘을 가리킨 것’이며, ‘모든 것은 곧 잠겨버리고 누가 무엇을 가리켰는지도 알 수 없게 될 것’(서문 中) 이라며 매우 비관적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이렇게 남기는 기록이 화석이 되어 언젠가 선진국처럼 중증외상센터가 올바로 정착하게 될 시기에 유익한 자료로 쓰이기를 바라고 있다. 저자는 중증외상치료 분야에서 세운 혁혁한 공(功)을 숨은 영웅들에게 돌린다. 목숨을 걸고 헬리콥터를 띄우는 소방항공대, 밤낮없이 일하는 의료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돕던 손길을 따뜻하게 기억하며, 그 모두의 이름과 설명을 책의 말미에 빼곡히 적어두었다. 대한민국 중증외상치료의 현실을 선명하게 기록한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저작권자 ⓒ 안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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