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것 죽이고 나도 죽으련다. 그러면 네가 조금은 행복하게 살지 않겠니.” 「어른이 되면」의 저자이자, 발달장애인 동생을 둔 장혜영 감독은 자매가 어렸을 때 외할머니가 동생 혜정을 가리키며 엄마에게 했던 말을 기억한다. 혜정이 13살이 되던 해, 지칠 대로 지친 부모는 막내딸을 장애인 거주시설에 보낸다. 장애를 가지지 않은 다른 가족들의 삶을 위하여 열세 살 소녀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낯선 곳에 가서 낯선 사람들과 18년을 산다. 「어른이 되면」은 발달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오랜 기간 격리되어 살아야만 했던 동생을 시설 밖으로 데리고 나와, 사회 속에서 일상을 누리기 위해 노력한 과정을 담은 에세이이다. 시설에서 드러난 인권 침해, 열악한 환경, 턱없이 부족한 돌봄 서비스도 문제였지만, 장혜영 감독이 가진 근본적인 물음은 ‘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삶 사이에 경중이 있는 것처럼 여겨지나’였다. 저자는 인간은 모두 존엄할 권리가 있다는 대전제를 지키기 위하여 동생을 시설 밖으로 데리고 나와 함께 살기 시작한다. 또한 자매가 사회 속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을 영상으로 담아 ‘생각 많은 둘째 언니’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텀블벅 펀딩(Tumblbug funding, 온라인 창작자금 모금 플랫폼)에 성공하여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이 되면>을 제작한다. 자매는 때로는 ‘친절한 차별주의자’들에게 상처받고, 때로는 복지시스템의 무능함에 실망하기도 하지만, 든든한 친구들과 함께 지금도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저자는 ‘당신보다 더 가난하거나, 주변에 가족이나 좋은 친구가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하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가장 가난하고 가장 장애 정도가 심하며 아무런 연고가 없는 사람도 사회에 어울려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p.232)고 말한다. 연약한 것은 약한 것이 아니다. 물질만능, 무한경쟁, 능력주의의 무수한 기준을 통과한 소수에게만 친절한 세상을 이제 바꾸어야 한다. 그 변화는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가 할 수 있는 것을 실천할 때 시작될 것이다. <저작권자 ⓒ 안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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