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를 둘러보며 여유있게 걷는다는 것. 그것은 한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가기 위해 신중히 걷는 것이다.”(p.84) 길가를 둘러볼 여유는 있어도 우리의 생각은 여유가 없어지고 있다. 내가 무엇을 하고있는 것인지, 나와 타인을 돌아볼 틈도 없이 바쁜 세상 속에서 살고 있다. 나를 둘러싼 것들에 시간을 들여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관심을 두지 않아도 될 것들에 많은 시간을 들인다. 그러다 보니 정작 깊게 고민해야 할 중요한 가치들에는 소홀해지고, 신경을 쓸 여력도 없어진다. 우리는 무수한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태어나면서부터 원하든 원하지 않든 타인과, 세계와의 관계를 맺는다. 이 책은 그동안의 바쁜 틈에서 잠시 벗어나, ‘나’와, 내가 관계를 맺고 있는 ‘타인’과, ‘세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자 한다면 의미 있게 다가올 것이다. 이 책은 ‘관계’라는 대 주제 안에서 삶에 대한 단상들을 「타인」,「세계」,「도구」,「의미」라는 네 가지 부분으로 나뉜다. ‘나와 타인’의 관계를 다룬「타인」에서는 삶의 중간에서 만나게 되는 타인들이 나에게 어떤 이야기와 흔적을 남기는지 알아본다. ‘나와 세계’를 다룬「세계」에서는 자아는 세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극복해 나가는지 살펴본다. 「도구」에서는 ‘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도구들’을 다룬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타인과 세계를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나의 관점에서 재해석한다. 이러한 이야기들의 특성과 언어에 대해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의미」에서는 ‘죽음’을 다룬다. 죽음은 자아와 부재와의 관계이다. 죽음이 자아와 타인과 세계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본다. 저자는 자아, 타인, 세계, 죽음 등에 대한 탐구를 넘어 이들의 관계를 다루면서 “타인과의 관계는 나에게 가장 어려운 분야다. 단적으로 이야기하면 나는 내가 외부의 타인에게 닿을 수 있는지를 의심한다. 이 책은 가장 어려운 분야에 대한 탐구 결과이고, 고독한 무인도에서 허황된 기대와 함께 띄워 보내는 유리병 속의 편지다. 이것이 당신에게 가 닿기를“ 이라고 말한다. 삶의 성찰을 담은 내용으로 일상에서 부딪치는 다양한 문제들을 넘어 타인과 세계와의 관계에 대해 담담하고 분석적으로 안내한다.
현재는 글쓰기와 강연 등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인문학을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저작권자 ⓒ 안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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