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순수를 혐오한다.” 다윈 이래 가장 위대한 생물학자라고 칭송받은 해밀턴(William D. Hamilton) 교수가 남긴 명언을 첫 마디로 최재천 작가의 특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작가는 다르면 다를수록, 세상은 더욱 아름답고 특별하다고 말한다. 그 예로,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조류독감은 우리가 기르는 닭의 유전자 다양성이 고갈돼 벌어지는 생태재앙이라 말한다. 책은 ‘아름답다’, ‘특별하다’, ‘재미있다’ 세 부분으로 나누어 동식물의 세계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간다. 생태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인 작가는 인문학적 감성을 바탕으로 동식물을 바라본다.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쓰인 각각의 에세이는 쉽게 읽히지만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책의 많은 부분에서 인간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비롯되는 생태계 혼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는 농사를 짓는답시고 한곳에 한 종류의 농작물만 길러 해충들에게 더할 수 없이 신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 가축을 모두 한곳에 모아 놓고 기르기 때문에 광우병과 같은 전염병이 발발하면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밖에 없다는 것 등은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을 다시 한번 고민하게 만든다. 부지런한 동물의 대명사 개미. 그러나 사실 개미처럼 위선적인 동물도 별로 없다고 한다. 땅 위의 개미들은 성실하게 일하는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지만, 저 땅 밑의 개미들은 대부분 놀고먹는다는 것. 실제로 개미 군락의 노동 활동은 전체의 3분의 1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노는 개미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는 ‘대기조’ 대원들. 그들이 가진 잠재 노동력의 무려 3분의 2를 위기관리에 투자하고 있는 개미들의 지혜, 결코 우습게 넘길 일이 아닌듯하다. 다양한 방식의 삶을 살아가는 동식물의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려주는 작가의 글을 통해 인간도 자연을 이루는 한 축일 뿐임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최재천 <저작권자 ⓒ 안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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