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 그림작가의 삶은 어떨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저자는 의뢰받은 그림을 그리는 상업 미술작가의 일상에 관해 이야기한다. 어릴 적 놀이로 시작해서 작가로 자리 잡은 지금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그림만 그리고 살아왔다. 그림이 취미에서 직업이 되면서 사는 데 없어서는 안되는 숨과 같은 존재였다가 돈벌이의 수단으로 바뀌었다. 저자는 그림이 애증의 대상이자 오래된 부부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림은 혼자만의 작업이라 생각하지만, 상업미술은 클라이언트가 잡아놓은 컨셉 비슷한 그림을 그리는 일로 편집자, 디자이너와 등 여러 사람들과의 공동 작업물이다. 그래서 작가의 정체성과 정해진 컨셉 사이의 의견 조율과정은 필수이다. “그림작가에게는 버틴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나는 아직 그럭저럭 버티고 있다. 영감을 얻기 위해 꾸준히 훈련하고, 낯설게 보기 위해 자신을 매번 돌아보며 수정도 흔쾌히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은 물론 빠듯한 마감일정에도 너그러워졌다. 일과 일상의 경계가 없으니 늘 고단한 정신을 대신해 몸이라도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운동은 필수고, 그리기 싫은 것도 되도록 긍정적인 마음으로 그려야 한다. 이렇게 많은 것을 참아내면서 왜 계속 이일을 하느냐고 묻는다면 내 그림이 누군가와 소통하는 잠깐의 순간 때문이다.”(157p) 이 책은 작가가 되기까지의 노력, 경험과 고민, 일상생활을 솔직하고 담담한 어투로 이야기해서 쉽게 이해하고 읽을 수 있다. 또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작업한 여러 작품들을 예시로 언급하는데, 무심히 보아 넘긴 표지그림이나 삽화를 다시 한 번 눈여겨 볼 수 있어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SNS를 통해 사진과 이모티콘으로 소통하고 웹툰을 읽으면서 공감하고 긴 텍스트 대신 이미지와 영상에 익숙한 요즘, 그림 좀 그린다 하는 사람이라면 그림작가를 한번 해볼까 라고 생각할 법하다. 이 책은 그림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 선배 작가가 들려주는 입문서, 조언서 쯤 되지 않을까? 그저 놀이였는데 <저작권자 ⓒ 안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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