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신문

#정변규의 思 #생각   ‘시낭송-울엄마/이봉운 시인'

김은영 기자 | 기사입력 2021/02/01 [08:58]

#정변규의 思 #생각   ‘시낭송-울엄마/이봉운 시인'

김은영 기자 | 입력 : 2021/02/01 [08:58]

한권의 책이 도착했습니다.

책은 -계간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이봉운 시인의 제3시집 “가슴꽃 당신” 이었습니다.

 

시인은 1940년 이세상에 나왔지

2차 대전 덕분에 젖도 못 먹고

3년 끈 6.25 전쟁으로 고향 잃은 미아

4.19 의거 때 숨이 턱에 차도록 달려야 했고

5.16 때 세상 바로 서 잘 된다 싶었고

60년대 사회 안정 기도로 시간만

70년대 경제발전으로 나도 잘 된다 싶다가

80년대 광주 사태로 희망은 풍지박산

90년대 IMF로 반지하 셋방으로 추락

지금은 항로 잃은 인생선의 선장

스스로를 이렇게 적습니다만 제가 기억하는 시인은 연극의 불모지 이곳 안양에 연극이란 씨를 뿌렸고, 후배들에게 정도의 가르침을 주시어 경기도민상과 안양시민대상을 수상하시기도 했습니다.

 

울 엄마

시인 이 봉운

 

손에 쥐어 주는 우산도 뿌리치고 나갔지요.

차 조심하라는 소리는 귓등으로도 안 들었지요.

일찍 들어오라는 소리에 밤늦도록 거리를 헤맸지요.

병든 나를 지키는 충혈 되고 퀭한 눈빛을 외면했지요.

 

흙 돋아주고 물주며 가꾼 화초들이

세상을 빛낼 때 그런 손길에도 무덤덤했지요.

 

고픈 배 졸라매며 모음 돈을 쥐어줄 때는

돈뭉치가 적다고 투정을 부렸지요

몸에서 나는 생선 비린내가 너무 싫어서

숨고 숨고 또 숨으며 도망쳤지요

화초들이 시들어 꽃이 지는 나날들

나뭇등걸 같은 손으로 관절을 주무를 때도 모른 척 했지요

진땀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서늘한 눈빛도 외며했지요

가쁜 숨 몰아쉬고 가늘게 떨며 내민 손을

마지못해 잡으며 그때 울멈마 손이 얼음처럼

차가워지는 걸 느꼈지요

 

내 이름이 엄마 자식이라는 걸 처음 알았지요.

 

내가 내가 그랬지요.

울 엄마

 

오늘은 시인의 건,행을 빌면서 표제 “가슴꽃 당신” 중에서 시 한편을 소개 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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