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신문

낮의 목욕탕과 술

낮의 목욕탕과 술

이정아 기자 | 기사입력 2017/01/12 [00:00]

낮의 목욕탕과 술

낮의 목욕탕과 술
이정아 기자 | 입력 : 2017/01/12 [00:00]
구스미 마사유키 지음 / 지식여행 / 2016 > 838 구57ㄴ

저자 구스미 마사유키는 잘 알려진 대로 만화 <고독한 미식가>의 원작자이다.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가 일본 전역의 음식점을 돌아다니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작품의 주 내용이다. 만화는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는데, 드라마 본편이 끝나고 나면 본편에 등장한 식당에 원작자가 직접 방문하는 ‘불쑥 구스미’ 파트가 시작된다. 술은 절대 입에 대지 않는 이노가시라 고로와는 달리 구스미 마사유키는 음식과 함께 술을 빼놓지 않고 주문한다. 한낮의 촬영 중에 술을 마시는 것이 민망하긴 한지, 술을 절대 술이라 하지 않고 ‘보리맛 탄산음료’(맥주)라든가 ‘우물물’(사케)이라고 부르며 흐흐흐 웃으며 마신다.

그런 구스미가 ‘낮술’에 대한 에세이를 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는 낮술의 흥취를 배가시켜줄 아이템을 하나 더했는데 그것이 바로 목욕탕이다. 일본 구석구석의 목욕탕에서 낮목욕을 즐긴 뒤 근처 술집에서 한잔 하는 것이 한 챕터로, 모두 열 군데를 돌아다녔다. 그가 방문한 목욕탕들은 저마다의 역사와 정취를 자랑한다. 고급 번화가인 긴자의 목욕탕에서는 ‘남성미를 파는 멋진 남자들’이 ‘현역의 에너지’를 뿜어내고, 젊은이와 예술의 거리인 기치조지의 목욕탕에서는 탕 안에서 콘서트가 열린다. 다른 손님들을 힐끔힐끔 관찰하며, 그들의 얼굴과 몸에 밴 삶의 흔적을 바라보며 뜨거운 물속에 몸을 푸욱 담근다. 목욕을 마치고 나오면 근처 술집으로 들어가 맥주를 주문한다. 뜨거운 목욕 뒤에 마시는 차가운 생맥주 한잔! 이 조합에 쓰러지지 않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거슬릴 정도로 차갑지도 않아 아주 자연스럽게 맑은 물이 실개천 흐르듯 목 안으로 떨어져 내리는 것이다. (…) 꼴까닥, 꼴까닥을 세 번 정도 하고 잔을 내려놓는다. “하앗!”도 아니고 “큿!”도 아닌, 목소리와 한숨이 뒤섞인 듯한 소리가 저절로 목을 찌르며 튀어나온다. 졌다. 마시는 내가 오히려 넘겨 삼켜지고 있다. (p. 150)

이렇게 맥주까지 다 마시고 술집을 나왔는데도 밖은 아직 밝다. 오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즐거움이 취기처럼 마음속에 퍼져 간다. 이것이 바로 『낮의 목욕탕과 술』의 묘미이다.





작가 소개 : 구스미 마사유키  

1958년 도쿄 출생으로 1981년 단편만화 <야행>으로 데뷔했다. 동생 구스미 다쿠야와 함께 그린 <중학생 일기>로 제45회 문예춘추만화상을 수상했다. 다니구치 지로와 공동 작업한 <고독한 미식가>는 한국, 프랑스, 이탈리아, 브라질, 스페인에 번역 출간되었다. 만화, 에세이, 디자인, 음악 등 다방면에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자료제공 : 만안도서관

  • 도배방지 이미지

포토
메인사진
안양시사회복지협의회, 건강나눔해피시니어 ‘노인종합복지관’ 연계 건강나눔 해피시니어 ‘건강체조 및 특식제공’
1/3
마을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