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의 무용읽기 '파금(破琴)'백아절현(伯牙絶絃)에 모티브 둔 웰메이드 콘텐츠, 예술성과 확장성 보여준 아트컴퍼니 활의 ‘파금(破琴)’
웰메이드(well-made) 콘텐츠를 만나다. 가무악 퍼포먼스 ‘파금(破琴)’이다. 2022년7월 1일, 평촌아트홀에서 7월의 첫 문을 의미있게 연 이번 공연은 ‘경기도문화의 날・안양아트인 데이’ 공연이다. 문화가있는 날, 경기도 문화의 날 취지에서 알 수 있듯 시민과 함께하는 무대다. 결과적으로 이 공연은 관객들과 함께할 수 있는콘텐츠 완성도와 확장성이 있다. 안양과 서울 등 곳곳에서 지속적으로 진행될 예술적 조건을 갖췄다. 아트컴퍼니 활(대표최정호)이 제작한 ‘파금’ 공연은 작년 9월 안양에서의 초연 이후, 이번 공연이 두 번째 무대다. 업그레이드된 재연 무대를지켜보는 것 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 커튼콜 후 객석을 나와 로비 바깥에 있는 폭포수의 세찬 물흐름처럼 시원한 맛을 준초여름밤의 꿈이다. 이 공연은 ‘백아절현(伯牙絶絃)’ 고사에 모티브를 두고 있다. 춘추시대 거문고의 명수 백아(伯牙)가 자신의 음악세계를제대로 알아주는 친구 종자기(鍾子期)가 죽자 거문고의 줄을 끊고 다시는 연주를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자기를 알아주는 절친한 벗의 죽음. 슬프고도 슬픈 일이다. ‘지음(知音)’ 탄생의 비밀이다. 작품은 ‘오늘날 우리에게는 지음이 있는가?’라는 화두를 프롤로그에서 먼저 던진다. 1장 ‘마음을 울리는 현, 심금(心琴)’을 시작으로 2장 ‘아픔과 격정의 현, 단금(斷琴)’, 3장 ‘새로운 음악을 시작하는 작금(作琴)’ 으로 이어진다. 관통하는 음절은 ‘금(琴)’이다. 여기에는 3금의 함의가존재한다. 가야금의 ‘금(琴)’이란 기본 의미에 다시 시작한다는, 아니 시작할 수 있다는 ‘금(今)’, 나를 알아주는 지음의 마음이 숭고하게 빛나는 ‘금(金)’이 거문고 현의 울림처럼 단단하다. “갈까부다. 갈까부네. 님을 따라서 갈까부다. 천리라도 따라가고 만리라도 따라 나는 가지...” 국립창극단 주역 소리꾼 이광복의 성음이 무대를 채우기 시작한다. 구슬픔 속 여운은 작품 전개를 암시한다. 가무악극 장르 표방에도 부합되는 면이다. 무대 중앙 여자 무용수가 단에서 내려와 군무와 합세한다. 퇴장하며 웃음짓는 묘한 뉘앙스 구현이 극성(劇性)을 상승시킨다. 죽음에 대한 예언 격이다. 무대 왼쪽에서 거문고 소리가 들린다. 중앙에서 남자 솔로가 이어진다. 백아(최정호)와종자기(김건)의 호흡이 좋다. 둘이 함께하는 2인무는 춤의 지음이자 삶의 지음임을 단번에 알 수 있게 한다. 춤 춘후 서로에게 예(禮)를 표하며 인사 나누는 모습이 인상깊다. 종자기는 부채에 글을 써 백아에게 건넨다. 지음의 징표이자 고락을함께한다는 나눔이 표징이다. 갓 쓴 4명의 사자(使者)들의 춤이 죽음을 앞둔 종자기의 고통과 절묘하게 오버랩된다. “북망산천(北邙山川)...” 요령을 든 상두꾼 소리에 상례 행렬이 이어진다. 흰 배가 무대를 가로지른다. 삶에서 죽음으로이어지는 경계의 끈을 담고 있다. 음악감독이자 연주자, 무녀 역할을 한 장수미의 지전춤이 슬픔을 배가한다. 장수미의장구 반주를 시작으로 살풀이춤과 소리가 어우러져 공간을 유영한다. 창작성 좋다. 안무와 연출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깊다. 백아의 솔로춤, 남자 무용수 4명의 춤이 어우러진다. 슬픔의 다층성을 보여준다. 슬픔의 누름과 승화라는 예술적인구조에 표현과 확장이라는 형식적 측면까지 담고 있다. 현실로 돌아온 백아는 글귀를 보며, 슬픔에 젖는다. 파금(破琴)의숨소리가 거세다. 종이배가 무대 위에서 서서히 내려온다. “천궁이야, 천궁이야...” 소리가 깊다. “잘 가시오...” 소리에 이별의 문이 굳게 닫힌다. 백아절현(伯牙絶絃)의 의미를 가무악 퍼포먼스로 잘 담아낸 아트컴퍼니 활의 ‘파금(破琴) - 백아절현하다’는 레퍼토리구축의 모범 사례다. 초연 작품의 분량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과감히 덜어내고, 노래・춤・연주가 잘 혼합된 무대를 구성함으써 입체감을 높였다. 볼거리, 들을거리를 제공했다. 종국에는 느낄거리가 많아지게 된 것이다. 김청우 연출, 정현도의대본 및 연출, 장수미의 음악감독 역할이 제 위치에서 중심을 잡되 안무를 맡은 최정호와의 호흡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춤적으로는 백아와 종자기의 호흡과 각자의 솔로춤, 남녀 무용수들의 앙상블이 춤에 힘을 실었다. 연주와 소리 또한춤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이 작품이 더욱 생명력을 갖추기 위해선 작품 완성도 제고를 위한 예술단체의 역할과 더불어 지원기관의 지속적이고 적절한 지원이 양축을 이루고 있어야 한다. 양질의 콘텐츠는 저절로 발생되는 것이 아니다. 미학적순도를 높이기 위한 제반 노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요소가 함께가야 한다. 백아와 종자기가 지음인 것처럼. 다음 무대는안양뿐 아니라 서울 등 타 지역 공연장에서도 만나길 고대한다.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저작권자 ⓒ 안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마을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