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신문

대리사회

대리사회

김은영 기자 | 기사입력 2017/03/07 [00:00]

대리사회

대리사회
김은영 기자 | 입력 : 2017/03/07 [00:00]

김민섭 지음 / 와이즈베리 / 2016 > 326.33504 김38ㄷ

“이 사회는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이다. 은밀하게 자리를 잡고 앉은 ‘대리사회의 괴물’은 그 누구도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서 행동하고, 발화하고, 사유하지 못하게 한다. 모두를 자신의 욕망을 대리 수행하는 ‘대리인간’으로 만들어 낸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들에게 주체라는 환상을 덧입힌다. 자신의 차에서 자신의 의지에 따라 운전하고 있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대리사회’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모습을 담은 한 단어처럼 보인다. 대리운전하는 대리기사가   차주에게 마음에도 없는 경의를 표하듯이 학교, 직장, 가정 등 그 어디에서, 그 역설적인 관계가 형성되어 자신의 주체를 잊고 타인의 명령과 부름에 힘없이 응한다.

어느 누구도 나를 통제할 권리가 없음에도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직장상사가 부하에게, 돈 많은 사람이 없는 사람에게, 혹은 사회 낮은 곳에서 노동하는 사람들에게 ‘그러한 노동을 한다.’는 이유로 무시하며 통제하려 하는 경향이 있다. 차주가 대리운전 기사에게 하는 멸시와 폭언, 그리고 운전석에 앉아 있는 이상 감수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대리사회’는 그러한 환경 속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주체가 되라 강요한다. 하지만 한걸음 물러서 자신을 정비할 시간도 주지 않고, 결국 개인은 경쟁에서 기존의 세력들에 의해서 밀려나 패배자 혹은 잉여인간 취급을 받게 한다. 일명 ‘갑’과 ‘을’의 관계를 설정하고 그것이 필연인 양 받아들인다. 또한 ‘갑’의 욕망을 대리하기 위한 ‘을’의 자세는 더 무서운 ‘을’의 괴물을 만들어 내어 그 안에서 또 다른 ‘갑’과 ‘을’의 관계를 연쇄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저자는 대리인간과 사회의 모습을 ‘경계인’의 자세로 보고 있다. 여기도 저기도 속하지 않는 그 경계에 있는 사람, 그런 시각으로 지금의 소외, 빈곤, 노동, 통제 시스템을 비판 없이 보이는 대로 말한다. 이러한 기술 방법이 읽는 독자로 하여금 우리사회의 ‘대리현상’을 더욱 안타깝게 느끼고 생각하게 한다.

 ?  김민섭1983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309동 1201호라는 필명으로<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책을 펴낸 후, 현대소설연구자로 대학에서 강의하다 그만두고 거리로 나왔다. 그는 바깥에 더 큰 강의실과 연구실이 있음을 알았고 대학에서 교수도 학생도 아닌 경계의 위치에 있었던 자신과 같은 ‘경계인’의 시각으로 계속 공부하며 노동하고 글을 쓰고 있다.

@ 평촌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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