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늦게 서재에서 나와 안방으로 들어가 보니 아내와 세 아이들이 침대 바로 아래 좁은 방바닥에 이불을 깔고 나란히 누워 잠들어 있었다. 침대에서 자면 아이들이 따라 올라올까 봐, 그러다가 행여 아래로 떨어지기라도 할까 봐 아내는 항상 방바닥에서 잠을 잤다. 다닥다닥 붙어 자고 있는 아내와 아이들을 보자니 무언가 뭉클한 것이 가슴 한쪽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래서 나도 침대 위로 오르지 못하고 그들 틈에 살짝 모로 누웠다. 쌕쌕거리는 아이들의 숨소리가 들리고 아내의 콧김이 내 뺨에 와 닿았다. 아이들의 살 내음과 아내의 살 내음도 와 닿았다. 누운 자리는 좁았고, 그래서 우리는 조금 더 가까이 있었다. (p.68) ―「그래서 우리는 조금 더 가까이 있었다」중에서
이 책은 저자가 지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한 월간지에 ‘유쾌한 기호씨네’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글들을 책으로 묶은 것으로, 작가 자신의 가족, 아이들의 성장담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설프고 서툴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빠, 남편보다 8살이나 어리지만 언제나 지혜롭고 현명한 엄마, 금방 사랑에 빠지는 게 취미인 큰아들, 엄마 배꼽을 만져야만 잠이 드는 습성을 가지고 있으나 막내가 태어난 후론 안쓰러워진 중간에 끼인 둘째아들, 기분 좋은 일이 생기면 “얼쑤!” 하고 말하고 존재 자체로도 너무 예쁜 막내딸과 자식의 일이라면 먼 길을 마다않고 내려오시며 항상 자식 걱정뿐인 부모님 등 유쾌하고 가슴이 뭉클하고 코끝이 찡해지는 기호씨네 가족의 소소한 일상을 4개의 파트로 나누어 44개의 단편으로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은 소소하고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지만, 읽다보면 내 이야기 같고 우리가족의 모습이 떠올라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이 나오다가 어느 순간 눈물이 핑 돌아 가슴 한 켠이 먹먹해지는 등 누구나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가족소설이다. 저자의 이야기는 우리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며 특히, 저자의 자녀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부모나 키워본 부모들에게는 기분 좋은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기에 충분 할 것이다.
이기호 1972년 강원도 원주 출생. 1999년 <현대문학> 신인추천공모에 단편 「버니」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 『김 박사는 누구인가?』,『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등을 펴냈다. 이효석 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김승옥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광주대 문예창작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저작권자 ⓒ 안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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