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을 거닐다 문득 일상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고, 그것들이 모여 예기치 못한 위안을 주기도 한다. 류시화의 산문집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는 그가 여행하는 동안 명상하며 느낀 마음과 생각을 51편의 산문으로 엮은 책이다. 저자는 대학시절 은사였던 소설가 황순원이 “시는 젊을 때 쓰고, 산문은 나이 들어서 쓰는 것이다. 시는 고뇌를, 산문은 인생을 담기 때문이다.” 라고 했던 말을 잊지 않고 있다 말하며, 책의 서문 ‘내가 묻고 삶이 답하다’에서 “나는 다만 길 위에서 당신과 함께 인생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라며 차분히 시작한다. “방황한다고 길을 잃는 것은 아니다. 모든 여행에는 자신도 모르는 비밀스러운 목적지가 있다. 그 많은 우회로와 막다른 길과 무너뜨린 과거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그 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자기 자신에게 이 한 가지를 물어보라. ‘이 길에 마음이 담겨 있는가.’” (p.41) ‘마음이 담긴 길’, ‘찻잔 속 파리’, ‘혼자 걷는 길은 없다’, ‘장소는 쉽게 속살을 보여주지 않는다’ 등 51개로 구성된 이 산문집은 각각의 제목만으로도 그 다운 글을 느낄 수 있다. 우리 안에는 늘 새로워지고 생기를 얻으려는 본능이 있음을 투우장의 소를 통해 이야기하는 ‘퀘렌시아’, 목소리의 크기는 가슴과 가슴 사이의 거리에 비례한다는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는 이유’, 과정에 있는 것들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목적지에 도달하여도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일깨우는 ‘짐 코벳 이야기’, 세상에는 시간을 쏟아 사랑해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장소는 쉽게 속살을 보여주지 않는다’, 우리가 걸어가는 길이 곧 우리의 삶이 될 것이라는 ‘이타카’ 등 어느 한 편 빼놓을 수 없는 산문들이 마음에 깊은 울림을 전하고 사람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궁극적인 물음에 답해본다. Contents 서문-내가 묻고 삶이 답하다 <저작권자 ⓒ 안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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