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신문

안양시, 비젼만 있고 청렴은 없나?

김용환 기자 | 기사입력 2018/10/15 [08:55]

안양시, 비젼만 있고 청렴은 없나?

김용환 기자 | 입력 : 2018/10/15 [08:55]
▲ 비산2동 재건축 조합이 지출한 내역서 일부, 접대비로 상당금액의 향응이 제공된 기록을 볼 수 있다.

[안양신문=김용환 기자] 최대호 안양시장은 지난 10월 4일, ‘취임 100일을 맞이하는 소회 및 주요성과, 분야별 향후 시정운영 정책방향 및 청사진 제시’등을 밝히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바 있다.

또한 9일 평촌중앙공원에서는 시민 2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민, 스마트, 행복’을 강조한 민선7기 시정방향과 비젼을 밝히는 선포식도 성황리에 진행한 바 있다.

“시민과 함께 하는 스마트 행복도시 안양” 이라는 민정7기 시정 슬로건과 비전을 시민들과 공유하는 자리인 비전선포식에서 최대호 안양시장은 5대 비전 ▲ 시민이 주인 되는 안양 ▲ 가족의 삶을 책임지는 안양 ▲ 모두 함께 잘 사는 안양 ▲ 깨끗하고 안전한 안양 ▲ 고르게 발전하는 안양을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

아마도 이날, 중앙공원을 가득 메운 많은 시민들은 새롭게 출발하는 민선7기 최대호 시장의 안양시가 진정으로 스마트한 도시, 시민이 행복한 도시, 시민이 주인인 도시가 되어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행사장을 찾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공무원과 시의원이 연루되어 압수수색과 수사를 받았었던 비산2동 재건축 관련 비리의혹이 그것이다.

이는 안양시의 미래와 비전을 위해서 꼭 필요한 과정으로서 청렴을 담보하지 않은 비전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앙꼬 없는 찐빵과도 같은 것으로서 모래성을 쌓는 것과 동일한 패착을 불러 올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2015년 1월22일 검찰은 안양시 비산2동 재건축조합 조합장과 정비업체 대표 사이에 금품이 오간 정황을 포착하고 압수수색을 진행했으며, 이때 조합장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해당 재건축조합장이 교체된 일이 있다.

또한 2017년 5월 수원지검 안양지청은 비산2동 재건축정비조합 임원, 검찰수사관, 현직 시의원 등이 재건축 사업과 관련하여 금품 등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잡고 수사를 벌였다.

이때 검찰은 백화점, 업체 사무실, 관련자 주거지 등 11곳에 대한 압수수색, 휴대전화 16대 압수 및 디지털포렌식, 계좌거래내역 및 법인카드 사용내역 분석 등의 강제수사 및 참고인조사도 진행했지만 피의자들이 금품 수수 등의 혐의사실을 부인하고, 공여자 및 직원들 또한 금품전달 사실을 부인하면서 “객관적 증거 조사와 진술 조사 결과를 종합했을 때 혐의를 입증할 만 한 보강 증거가 없어 '혐의없음'”을 처분한 바 있다.

최근 안양신문은 비산2동 재건축과 관련하여 8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의미있는 전자문서파일 자료들을 입수했으며, 현재 세부적인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분석이 완료 되는데로 사법기관 내지는 부패방지위원회 등의 국가 기관에 자료와 제보를 넘길 예정이다.

해당 자료에는 2010년을 전후하여 재건축 조합이 지출한 비용 내역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으며, 정상적인 조합운영비 내역 이외에도 비정상적, 불법적인 성격의 지출내역들이 상당히 많이 기록되어져 있다. 또한 현직 시의원이 포함되어 2018년 4월30일자로 인감 날인된 3자 합의서도 포함되어져 있다.

이 자료들은 지난해 진행된 검찰의 압수수색(2017년 5월) 당시, 재건축조합 직원에 의해 빼돌려져서 압수수색을 당하지 않고 숨겨졌던 1Box 분량의 서류들이며, 최근 특별한 경로를 통하여 안양신문이 입수했다.

자료에 의하면 재건축 조합은 시청 외 접대비 항목으로 매월 5백만원을 책정하여 사용한다는 지출내역도 기록되어 있으며, 현재 안양시청과 동안구청 건축 관련 부서에서 근무 중인 공무원 A씨와 B씨의 이름도 상당수 기록되어져 있다.

비산2동은 재건축 지역으로 승인이 난 지역이다. 재개발도 아니고 재건축으로 승인이 났다. 안양시청 주무부서의 (고의인지 과실인지는 모르지만) 행정실수로 인해서 ‘재건축 승인’이 난 것이다. 이 부분은 시청 관계자들도 수긍하면서도, 행정실수의 원인을 파악하지 못함은 물론 그 책임과 원상회복 의무는 회피한 그런 나쁜 행정을 보여준 사례로 기록되어지고 있다.

당시 비산2동 재건축 지역에서 오랜 세월을 두고 영업을 해온 수많은 상가 세입자들은 ‘재건축’이라는 애당초 잘못된 사업추진으로 인하여 막대한 재산권을 상실할 위기에 처해져 단돈 1원도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지경까지 내몰리기도 했으며, 비상대책위를 구성하여 끝까지 투쟁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마지막에 금액의 규모는 확인이 안되었지만 소정의 금액만을 위로차원에서 받은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관계인가  아니면 전형적인 갑과 을의 생존을 위한 먹이사슬 관계인가?

자료들에 의하면 안양시청과 시청 공무원들의 향응, 밀착 관계를 쉽게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논란의 여지는 있다. 본 기자는 지출내역서에 이름이 다수 나타난 A공무원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시청을 방문했으나 마침 교육을 들어가서 만나지 못했다.

이러한 자료들에 대하여 B공무원은 자신과 A공무원이 당시에 해당 부서에서 근무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출내역서에 왜 자신들의 이름이 기록되었는지는 전혀 모르는 일로서 자신들은 술도 마시지 않고 골프도 칠줄 모른다며, 당시는 사정기관의 감시 등이 심해서 향응을 받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미 지난해 검찰의 압수수색과 수사를 받은 결과 무혐의 처리로 종결된 사항이며, 해당 거래내역서는 조합 담당자가 임의로 사용한 비용을 처리하기 어려우니까 지출내역에 공무원들의 이름을 써넣어서 직장내부에서 의심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 했을 수도 있다고 반론했다.

그렇다 논란의 여지가 있다.

재건축 조합의 지출내역서에 한두곳도 아니고 수없이 많은 곳에 그들의 이름과 향응 내역이 기록되어져 있는 부분들, 재개발로 허가되어야 할 지역이 재건축으로 허가가 난 부분 등에서 아직 의심의 여지는 남아 있다고 생각된다.

앞서 2017년 6월 검찰은 해당 압수수색과 수사결과 혐의없음 처분을 내리면서 ‘혐의를 입증할 만한 보강 증거’가 없고, 공여자 및 직원들이 해당 사실을 부인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안양신문이 입수한 자료는 2017년 5월 압수수색 당시 직원이 빼돌려 숨긴 문서자료들로서 수사과정에서 중요한 입증자료가 될 수 있다는 점과 해당 직원들의 진술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측면에서 보면 한번 더 확인 해 볼 필요는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힘차게 전진해야 할 안양시 민선7기 집행부가 사소한 적폐로 발목 잡혀서는 더더욱 안된다고 생각된다.

청렴은 모든 것의 기본이다. 최대호 안양시장에게도 청렴은 기본이어야 하며, 안양시청 모든 공무원들에게도 청렴은 기본이어야 한다.

물론 당연히 안양시를 출입하는 기자들에게도 청렴은 기본이다.

안양시청이 위계질서가 분명한 공무원조직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언제부터인가 서로가 서로에게 형, 동생 ‘호형호제(呼兄呼弟)’ 하는 가족과 같은 조직이 되어 버렸다.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이든, 갑과 을의 관계이든 그 밑에서 죽어나는 것은 안양 시민들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비리와 부패는 조직과 질서의 붕괴에서도 비롯된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 비산2동 재건축 조합이 지출한 내역서 일부, 접대비로 상당금액의 향응이 제공된 기록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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