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을 보내며 안양신문기자단이 ‘안양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로 친절하기로 소문난 이지현(신한은행 관양동지점)반장을 뽑았다. 어느 누구나 마음 내키는 순간 한두 번은 친절할 수 있다. 그렇지만 1~2년도 아니고 30여년동안을 한결같이 친절하다는 것은 확고한 자신만의 철학이 없이는 어려운 일일 것이다. 현재 이 반장은 신한은행 관양동지점 보안담당반장으로 29년째 근무하고 있다. 2018년을 ‘친절의 해’로 결정했던 안양신문이 이지현씨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이유를 알아보자. 우선 이 반장은 경이로울 정도의 밝은 미소와 친절의 위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은행을 찾는 고객 한명 한명 모두에게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한다. “어서오세요. 고객님! 반갑습니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지요. 어떤 일로 오셨나요 도와 드리겠습니다” 금융기관이기에 만약의 사고에 대비한 경비업무는 물론이고 더불어 고객들에게 인사하고 차배달하고 업무안내하고, 도와주고 배웅을 한다. 한시도 자리에 앉을 여유가 없을 정도로 분주하지만 얼굴에는 항상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처음에 그는 인사를 해도 인사를 받지 않고 큰소리의 친절함에 어색해하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존심에 큰 상처도 받았다. 그러던 어느 출근길, 횡단보도에 서있을 때 뒤쪽에 있던 순찰차에서 “신한은행 청경 아저씨, 안녕하세요”라는 마이크 방송소리가 크게 들렸다. 깜작 놀라 무의식적으로 돌아보면서 “안녕하세요”라고 대답인사를 하고보니 환한 얼굴의 한 경찰관이 미소를 띠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친절은 친절로 보답한다’라는 환류현상을 느끼면서 용기가 솟아올랐다. 이 일을 계기로 친절의 생활화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으며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싶었기에 친절을 생활의 열정으로 바꾸려고 노력하다보니 간단한 인사교환만으로도 웬만한 손님들의 가족관계도 줄줄 꿸 정도가 되었다. “오랜만에 오셨네요. 아버님은 잘 계시죠, 병원에 입원하셨다고 들었는데 좋아지셨나 모르겠습니다” 고객들의 반응은 극찬으로 이어졌다. 단골고객들은 늘 밝게 웃고 있는 친절한 그를 ‘스마일 청경아저씨’라고도 부른다. 그가 있기에 은행안은 늘 쉼터처럼 편안했고, 고객 소리함에는 그를 칭찬하는 글들로 차곡차곡 쌓여가기 시작했다. 다수의 관양동 주민들도 길거리에서 그를 알아보고 먼저 인사를 청하기도 한다. 그의 친절은 놀라운 위력을 발휘하며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모 대학교수는 이 반장의 친절함에 매료되어 안심이 된다며 퇴직금 전액을, 관양동의 모 할머니는 4년 동안 송금을 도와줌에 고맙다며 거금을 은행에 예탁한 일도 있다. 이런 그의 성실과 친절은 상장과 표창장으로 객관화 되었으며 어느 해에는 ‘아름다운 신한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반장은 새벽 2시부터 여러 종류의 신문을 분류하여, 오토바이에 가득 싣고 비산동 일대에서 30여년째 신문배달도 한다. 투잡의 일은 힘들었지만 근무시간에는 일편의 짜증도 낼 수 없었기에 불편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틈틈이 책도 읽었다. 특히 ‘자부심과 자긍심이 강한 사람은 친절하고 당당하다’라는 글을 감명 깊게 읽었다. 영어책도 3만 번 이상 읽었던 학구파다. 이후 영어가 우리말처럼 편해지자,은행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우리문화와 여행지를 자연스럽게 간혹 소개하는 기회도 생겼다. 미국의 어느 선교사가 그의 친절에 반해 인터뷰를 요청하는 일도 있었고, 어떤 명문대 출신의 신사도 그의 영어의 유창함에 반해 영어를 가르쳐 달라고 요청해 오는 일도 있었다. 영어를 지도하며 가까워지자, 그 고객은 감사의 뜻으로 「레미제라블」을 함께 보자며 연극표도 내밀었다. 그는 책 속에서 삶의 지침을 발견했고, 그것을 실천했으며, 새로운 꿈을 꾸며 더 높은 곳으로 비상하려고 노력했다. 경비나 배달 같은 감정 노동일이 힘들기는 하지만 누구를 만나도 기분 좋게 만드는 것은 진정한 친절임을 새삼 느꼈다. 다음은 이 반장과의 인터뷰내용이다. Q.평소 친절하기로 정평이 나있는데 비결이 있는지 -책 한 권이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우체부 프레드’란 책으로 내용 중에 “환경미화원으로 부름을 받은 사람이라면, 셰익스피어가 시를 쓰고 베토벤이 교향곡을 작곡하고 미켈란젤로가 그림을 그리듯이 거리를 청소해야 한다. 그가 타고난 능력을 다하며 거리를 깨끗이 청소할 때 천국과 지상의 주인들은 ‘자기에게 맡겨진 일을 성심으로 한 환경미화원이 여기에 살았다’라고 칭송 할 것이다.”라는 마틴루터 킹 목사의 가르침이 나온다. 이 가르침대로 살고자 하는 주인공 프레드의 삶에서 많은 감명을 받았고 내 직업에서 삶의 가치와 의미를 찾고 자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용기를 줬다. 이런 자세로 직장생활에 임하다보니 자연적으로 친절이 몸에 벤 것 같다. Q.친절함은 어떤 좋은 점이 있는가 -내 스스로 행복을 느낀다는 점이 제일 크다. 친절의 연쇄반응이 개인의 행복으로도 돌아온다는 점을 깨닫기에 더더욱 친절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친절은 평등하다. 높고 낮음이 없다. 나이와 인종, 성별, 직업에 관계없이 모든 시민들이 서로의 가치와 하는 일의 의미를 인정하고 친절하게 대한다면 아름다운 세상,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이다. 친절로 엮여진 세상은 어두울 수 없다는 점을 매일매일 느끼고 있다. Q.안양 시민에게 한마디 한다면? -Please 와 Thank" 는 우리가 사회적 존재로서 빚지지 않고 살아가게 해 주는 작은 잔돈이다 그것들은 ‘인생이라는 기계에 윤활유를 치고 그것을 잘 돌아가게 하는 작은 예의’ 라는 말을 항상 마음에 담고 생활하고 있다. 보편적인 사회적 삶 속에서 어떤 일방적인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언제 어디서라도 서로가 서로에게 감사할 때 감사한 일이 일어난다. 그래서 가족에게도 감사 드리고 은행에 오신 고객은 물론이고 모든 분들께 감사하며 살고 있다. 안양 시민에게 한마디는 바로 '누구라도 서로가 서로에게 감사하며 살자'이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어느 할머니가 객장에 오셔서 “우리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친절한 이 반장을 만나서 한때는 즐거웠다고 유언까지 했어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도 있었다. 사업에 실패해서 죽으려고 생각했던 어느 자영업자가 은행에 생의 마지막 금융업무를 보러 왔을 때 환하게 웃으면서 맞아주는 이 반장을 보고 “죽음을 포기하고 생의 활력을 얻어 다시 재기했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주44시간 근무시절 어느 토요일 오후, 직원들이 식사를 하고 남은 음식 그릇들을 은행 밖에 내놓은 적이 있었다. 간장까지 부어서 모아둔 그것을 먹고 있는 걸인의 모습에 인근 중국집안내를 해주고 박봉생활인이지만 지폐를 걸인의 손에 쥐어준 적이 있었다. 놀라 기뻐하는 걸인의 모습을 본 이후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에 20구좌를 후원하기 시작했다. 그는"친절로 이어진 세상은 어두 울 수 없지요”라고 활짝 웃으면서 “아무리 나쁜 마음을 가졌던 사람이라도 저와 눈이 마주치게 된다면 좋은 쪽으로 시선를 바꾸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라고 했다. 친절한 청경아저씨로 소문이 주변에 퍼지기 시작하자 어느 국회의원 선거 때는 후보 사무실에서 일하면 보좌관 시켜 주겠다며 후보가 몇 차례 찾아와 좋은 조건을 제시 하기도 했다. 많은 기업체에서 스카웃 제의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친절은 친절이 보답한다’라는 모토하에 어려울 때 맞아준 직장에서 끝까지 근무하면서 정년을 맞이 하는 것이 꿈이고 또한 도리였기에 그는 이런 좋은 조건의 제안을 단호히 거절 했다. 그는 가족에게도 친절하다. 이 반장은 동갑내기 아내와 명문대 출신의 딸과 사위 그리고 손주2명을 둔 건실한 가장이다. 불우한 워킹맘 밑에서 자라서 힘든 생활을 이겨내야 했던 자신을 생각하며 인성교육에 중점을 두며 가정과 자녀에 대한 공을 기울였다. 지금까지 자녀 앞에서는 한 번도 부부지간에 언성을 높인 적이 없고 항상 친절한 가장의 이미지를 잃지 않았다. 지금도 자녀에게는 항상 먼저 아침인사를 건네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도 관양동 주민을 비롯한 안양시민들은 이 반장과함께 친절을 모토로 은행을 사랑방처럼 생각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계속 드나들고 싶어한다. 오늘도 그는 날씨에 따라, 그날 분위기에 따라 다양한 상황에 맞게 인사를 건네며 손님들을 맞고 있다. 친절을 생활화하며 안양시민들에게 행복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이지현 반장! 이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안양의 작은 영웅’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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