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 너랑 나랑 지금 집에 가. 워쇼 : 싫어. 로저 : 뭐 줄까? 워쇼 : 사탕. 로저 : 좋아, 좋아. 집에 가면 사탕 줄게. 워쇼 : 너, 나, 빨리 가자. (p.181) 가난한 대학원생 로저 파우츠는 학비와 생활비를 조달하기 위해 실험 심리학자 가드너 부부의 동물실험에 조교로 참여하게 된다. 그가 맡은 일은 어린 침팬지에게 언어를 가르치는 일이다. 자신을 놀리는 건 아닌지 황당했지만 그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전에도 동물에게 언어를 가르치려는 실험은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언어란 곧 말(음성언어)’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음성언어는 인간에게만 적합할 뿐 발성기관이 사람과 다른 동물에게도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가드너 부부는 워쇼에게 미국 청각장애인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수화를 가르치기로 했고 결과는 놀라웠다. 저자는 이후 워쇼를 포함한 침팬지들과 수화로 대화하면서 이전에는 누구도 알지 못했던, 인간과 가장 가까운 생명체인 침팬지에게 다가가는 문을 활짝 열었다. 동물원 우리 안이나 실험실 철창 속 침팬지가 그저 위협적인 동물이었다면, 수화로 소통하는 침팬지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인간과 유사하고 어쩌면 인간보다 훨씬 순수하고 충직한 존재다. 침팬지는 아기를 유산했다는 자원봉사자의 말에 수화로 ‘운다’라고 말한 뒤 꼭 안아주었고, 자신을 버리고 간 옛 보호자가 찾아오자 용서하고 반겨주었다. 이러한 침팬지의 모습은 한때 가족으로 지냈던 침팬지를 잔인한 돈벌이로 활용하려 쉽게 버리고 돌아섰던 우리 인간의 모습과 대비된다.
침팬지는 인간과 유전자가 98.4%가 일치하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종이다. 때문에 인간을 대신해서 생체실험 대상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이것이 윤리적으로 정당한 것인지 묻고 있으며, 우리의 윤리적 영역을 조금 더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저작권자 ⓒ 안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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