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지막한 산자락에 자리한 ‘츠바키 문구점’은 겉으로 보기엔 문구류를 파는 평범한 가게처럼 보이지만, 에도시대부터 여성 서사(書士)들이 대대로 편지를 대필해온 곳이다. 주인공 ‘포포’는 이곳에서 어린 시절부터 대필가가 되기 위해 선대(할머니)로부터 혹독한 수련과정을 겪으며 대필을 배웠다. 하지만 선대의 가르침을 강요와 구속이라 여겨 외국을 방랑하며 지내다가 선대가 돌아가신 후 이곳에 돌아와 대필을 다시 시작하게 된다. 포포에게 대필이란 그 사람의 마음과 몸이 되는 것이다.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신해서 편지를 써야하기 때문에 항상 의뢰인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편지를 받을 상대방의 기분을 고려해야 하며, 의뢰한 내용에 맞는 필기도구를 선택하고 우표 하나하나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그래야만 진심이 담긴 내용을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다. 포포는 원숭이의 죽음을 위로하는 조문편지, 전남편이 지인들에게 이혼을 알리는 편지, 수술을 앞둔 남자의 첫사랑에게 보내는 안부편지, 돈을 빌려달라는 사람에 대한 거절의 편지, 악필인 의뢰인을 대신해 시어머니에게 보내는 감사카드, 사별한 남편의 편지를 기다리는 노부인에게 천국에서 보내는 남편의 편지, 거짓말을 하는 친구에게 보내는 절연장 등 수많은 편지를 쓰며 의뢰인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큰 위로가 됨을 느끼게 된다. 그로 인해 선대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고 그 기억은 선대를 이해할 수 있는 토대가 되어준다. 이 책은 할머니(선대)에게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들을 편지로 쓰며 앞으로도 대필가로 살아갈 것이라는 포포의 다짐으로 끝을 맺는다. 「츠바키 문구점」은 이메일, SNS 등 디지털 시대에 익숙해진 우리들에게 손편지에 대한 향수와 따뜻함, 그리움을 느끼게 해준다. 뿐만 아니라 책 속의 인물들이 생활하는 가마쿠라의 카페, 사찰, 역 등 실제 맛집과 명소, 풍경들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어 독자에게 상상하는 재미까지 선사하고 있다. <저작권자 ⓒ 안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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