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픔이 길이 되려면」은 사회역학자로서, 차별경험과 고용불안 같은 사회적 요인이 사회적 약자의 건강을 어떻게 해치는지를 주로 연구해 온 저자 김승섭의 첫 번째 저서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요 지난 100년간 눈부신 성과를 만들어 낸 의료기술 덕분에 우리는 과거에는 상상조차 못했던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개인의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맞춤형 암 치료가 이루어지고, 줄기세포를 이용해 망막을 재생하는 것과 같은 일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의료기술의 발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의료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더라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업과 재취업에 돈을 투자하지 않는 나라는 해고로 고통을 받다가 자살하는 노동자가 계속 늘어날 것이고, 경제 위기 때 복지 예산을 축소하는 사회에서는 치료가 어렵지 않은 전염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더 많이 생겨날 것입니다. 이것은 관점의 문제입니다. 인간의 몸과 건강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개개인의 삶에 대한 공동체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고민입니다. 더 약한 사람들이 더 위험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그래서 더 자주 아픕니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소득이 없는 노인이, 차별에 노출된 결혼이주여성과 성소수자가 더 일찍 죽습니다. “물고기 비늘에 바다가 스미는 것처럼 인간의 몸에는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시간이 새겨집니다.” (p.22) 사회적 폭력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경험을 말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우리 몸은 스스로 말하지 못하는 그 상처까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몸은 정직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사회 속에서 살아갑니다. 우리 몸에서 나타나는 병리적인 변화는 항상 유전적인 요소와 환경적 요소가 함께 상호작용하며 나타나고 진행됩니다. 공동체와 완전히 분리되어 독자적으로 살아가는 개인은 존재할 수 없기에, 사회적 환경과 완전히 단절되어 진행되는 병이란 존재할 수 없습니다. 공동체는 그 구성원들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책임을 지니고 있습니다. 건강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추구하기 위한 기본 요건이기 때문입니다. 건강은 인권을 지켜내기 위한, 정치·경제적인 기회를 보장받기 위한 조건입니다. “건강해야 공부할 수 있고 투표할 수 있고 일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으니까요“ (p.73) <저작권자 ⓒ 안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마을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