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선 넘어, 임진강 건너, DMZ 바로 아래 촌구석에 있는 연천 백학중학교는 전교생이 36명이다. 워낙 외진 시골이다 보니, 도회지에 있는 선생님들이 오기 싫어하는 학교다. 이 작고 보잘것없는 학교가 지난 해, 2019년 국내 “전국 100대 우수 방과후 학교” 교육부 장관상을 수상하였고, 2019년 교육부 주최, ‘학교 예술교육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누가 나의 모교를 보잘것없다고 하겠는가 누가, 무엇을, 어떻게 가르쳤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몇 년 전, 세종시 종촌중학교 신입생 강의를 하러 갔다. 초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입학한 중학생들이 과연 내 강의를 들을 수 있을지, 얼마나 재잘거리며 떠들기만 할지, 걱정을 하면서 강단에 섰다. 200여 명이 넘는 어린 학생들이 줄지어 앉아서 꼬박 2시간을 집중하면서 강의를 들었다. 강사의 강의 기술보다 그들의 자세가 더욱 진지했다. 누가 이들에게 이렇게 움직이지 않고 집중해서 강의를 듣도록 가르쳤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 전, 건국대학교 어느 교수께서, 자신의 강의를 평가해 달라며, 강의실로 필자를 불렀다. 두어 시간 그 분의 강의를 듣고, 강의 기법과 강의 자료의 장단점, 부족한 점과 개선할 점들을 정리해 드렸더니, 너무 늦게 코칭을 받아 아쉽다는 말씀을 하시며 대가를 지불해 주셨다. 돈을 내고 코칭을 받은 그 교수가 잊혀지지 않는다. 요즘 아이들은 가르치기 힘들다고 한다. 말을 듣지 않고, 게임과 스마트폰에 빠져 있고, 집중력이 약하고, 수업시간에 잠만 잔다고 걱정하지만, 선생님들이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수업시간에 잠을 자는 학생들은 저녁에 학원에 가야 하니, 깨우지 말고, 그냥 두라고 한다. 이게 학교 강의실의 현실이다.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나 강의를 잘 하시는 강사님, 탁월한 교수님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학생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들을 가르치려 하지 않으며, 학생과 학부모들과 소통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일방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칭찬과 존중을 아끼지 않으며, 인간적인 믿음으로 다가간다. 교육자로서의 철학과 소신을 굽히지 않으며, 교장선생님이나 대학 총장님의 경영철학을 인정하면서 각자의 교육방침을 구현해 나간다. 일부 학부모의 그릇된 개인적 요구(?)를 용납하지 않으며, 학생들과 교육참가자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교육자의 길을 간다. 그들인들 어찌 돈 욕심이 없거나 명예욕이 없겠는가 그러나 위대한 교육자들은 개인적 욕구를 자제하고 미루어 놓고, 교육자의 사명과 철학에 집중한다. 학생 한 명, 한 사람의 장점을 칭찬해 주고, 학생들끼리 어울리게 해 주며, 인성교육의 본바탕을 가르친다. 경쟁보다 화합을, 성적보다 인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학생들을 키워주려고 노력한다. 입시교육이 아니라 인간교육에 중점을 두고, 최선을 다해 교육자의 길을 간다. 승진이나 영전을 위해 아부하지 않으며, 좋은 자리(?)에 가려고 정치인들과 어울리지 않는다. 쓰레기들이 어울리는 곳을 멀리 하며, 천박한 정치꾼들과 몰려다니지 않는다. 그래서 진정한 교육자는 외롭고 고독하다. 모든 선생님과 교수들이 그렇기를 바라는 건 욕심인 줄 안다. <저작권자 ⓒ 안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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