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신문

[데스크논단] 종교와 전염병... 그리고 방역

종교활동으로 구멍 뚫린 안양시 방역, 선제검진 도입해야...

이성관 기자 | 기사입력 2020/06/02 [10:10]

[데스크논단] 종교와 전염병... 그리고 방역

종교활동으로 구멍 뚫린 안양시 방역, 선제검진 도입해야...
이성관 기자 | 입력 : 2020/06/02 [10:10]
이성관 기자

전국을 넘어 전 세계가 '방역'이라는 두 글자에 온 관심을 쏟고 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와 잡힐 듯, 말 듯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소위 K방역은 전 세계에 귀감이 되고 있지만, 여전히 불씨는 꺼지지 않고 벌써 다섯 달째 우리의 일상을 괴롭히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제2차 지역 사회 감염을 우려케하는 이태원발 전파가 있었다.

안양시는 그 피해를 직접적으로 입었는데, 호계동 선술집을 방문한 사람 중 6명이 확진되는가 하면, 최근 안양·군포지역의 소규모 종교모임에서 진행한 제주도 여행이 안양지역에서만 11명의 확진자를 양산했다.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는 이 소규모 종교모임의 성격이 일반적인 종교과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는데, 이번에 확진 받은 일부 종교인들이 종교활동을 통해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개인방역에 소홀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방송에서는 특별히 전파가 이루어진 종교모임을 꼽으며 비판과 자제의 목소리를 냈으나 실상 대부분의 종교활동은 감염병 전파의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많은 종교활동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큰 소리로 기도하거나 외치듯 기도하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조성되기 때문에 비말에 의한 전파가 쉽게 일어나다. 

 

그 예로는 13세기부터 18세기 초까지 유럽전역을 공포에 떨게 했던 흑사병(plague)이 있다. 흑사병은 한때 유럽 전체 인구의 3분의 1을 죽음으로 몰고 간 최악의 전염병이다.

흑사병은 마치 이번 코로나처럼 중국에서 먼저 창궐했지만 유럽에 훨씬 더 큰 피해를 입혔다.

흑사병이 유럽지역에 전파된 계기는 몽골군이 벌인 세균전에 의해서 라는 설이 유력한데, 반면 유럽지역에서도 이미 소규모 감염이 이루어졌다는 설도 있다.

어떤 것이 진실이든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왜 그렇게 널리 전파되었는가'와 '어떻게 막았는가'이다.

 

앞서 밝혔듯이 중국에서 먼저 창궐했던 흑사병은 이내 정리가 되었지만, 유럽에서는 대륙 전체로 퍼지며 끝도 없는 확산세를 보였던 이유는 바로 종교였다.

종교활동을 통해 병을 고칠 수 있거나 하나님이 구원해 줄 것이라는 믿음은 환자들을 끊임없이 교회로 불러들였고, 선한 의도로 그들을 위해 기도를 올리던 사람들 대부분이 흑사병에 희생되었다.

당시 유럽인들의 바이러스나 세균에 대한 이해 부족과 종교에 대한 맹신은 확진자들을 교회로 더 많이 불러들이는 이유가 되었고, 신실한 믿음을 가진 자와 그의 가족일수록 빠르게 전염되는 비극의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반면 유학을 근간으로 삼으며, 전염병에 대한 인식이 분명했던 중국은 흑사병이 창궐한 지역을 비정할 정도로 봉쇄하고, 인근에 사는 사람들과 환자들을 모조리 죽도록 방치하고, 이후 마을 전체를 불로 태움으로써 확산을 막았다.

 

이러한 양상은 7백여 년이 지난 현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한에 갇힌 사람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비정한 태도와 개인의 자유를 내세우며 초기전파를 막지 못한 유럽과 영미권의 모습은 13세기의 극명하게 달랐던 대응을 그대로 재현한 듯하다.

이런 모습은 마치 인류가 역사를 통해 배운 것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하게 한다. 그러나 역사에 있어서 배운 것이 있는 나라도 있다.

봉쇄와 인권침해가 없이도 확산을 효과적으로 막아낸 대한민국이다. 여기에는 정부의 체계적 대응과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의료진의 희생, 그리고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가 뒷받침되었다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메워지지 않은 구멍이 이번 안양시 종교모임에서의 전파에서 드러났다. 하루에도 수백, 수천, 수만 명 이상 확진자가 양산되는 나라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확진자는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번 사건으로 경계를 풀기엔 너무 이르다는 것을 전국의 시민들이 인식하게 되었다. 

그러한 교훈을 주는 교보재가 안양이 되었다는 점은 뼈아프지 않을 수 없다. 안양시가 또다시 이러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선제적인 대응이 반드시 필요하다.

 

방역대책에 있어 선제적 대응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으로 인해 수도권에서 선제적 방역은 상식이 되었다.

당장이라도 예산확보 등의 공조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안양시가 가장 시급하게 할 일, 그리고 그 처리도 신속할 수 있는 일은 바로 그 선제적 대응이다.

 

최근 박 시장은 선제검진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선제검진은 노인요양시설이나 유치원 등 전염병에 취약한 곳에 대해 확진자, 혹은 관련 증상이 없더라도 검진을 실시하는 정책이다.

물론 이에 대한 예산도 필요하고 행정상의 걸림돌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선제검진은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방역의 상징일 뿐 정답도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시민들이 좀 더 안양시를 신뢰할 수 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뿐이다. 

 

지방 정부는 항상 더 큰 권한과 높은 독립성을 주장하지만, 그 필요성을 시민들이 몸소 느낄 수 있도록 증명해 낸 적이 거의 없다.

특히 기초단체의 시군 단위에서는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사태가 재난지원금 지급을 통해 조금은 인식된 지방 정부의 역할을 시민들에게 각인시키는 무대일 수도 있다. 

안양시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실력을 시정으로 보여줘야 할 시기인 것이다. 

 

서양인들은 흔히 중세를 'Dark Age'라고 부른다. 이 말은 흑사병의 창궐을 은유하기도 한다. 

만약 적극적 방역 의지와 행동 없이 질병이 퍼지지 않길 바라기만 한다면, 그것은 주술 행위와 다르지 않으며, 안양시의 'Dark Age'가 시작되는 전조라고 할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타들어가는 도화선을 발로 비벼 끄는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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