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신문

[데스크 칼럼] 안양시의 가난한 언론관

행정광고로 목숨이 좌지우지되는 구조가 언론을 망가뜨려

이성관 기자 | 기사입력 2020/06/12 [00:01]

[데스크 칼럼] 안양시의 가난한 언론관

행정광고로 목숨이 좌지우지되는 구조가 언론을 망가뜨려
이성관 기자 | 입력 : 2020/06/12 [00:01]
이성관 기자

안양시와 언론과의 악연은 역사가 깊다.

안양시는 선거로 시장을 선출한 1995년 이래, 약 25년간 4명의 시장을 맞이했다.

민선 1대부터 5대까지는 민주당으로 당선된 이석용 시장과 한나라당 출신의 신중대 시장이 나누어 시정을 맡았고, 6대부터 현재 9대까지는 한나라당 이필운 전 시장과 민주당 최대호 현시장이 번갈아가며 선출됐다.

 

지난 6.13 지방선거는 민선 7기 시장을 뽑는 선거였는데, 시장이 9대인 이유는 두 번의 보궐 선거 때문이다.

1대 이석용 시장은 민주당으로 출마해 당선되었지만 돌연 당을 한나라당으로 바꿔 3년 후 재선됐다. 그러나 시장 직을 이행하던 도중 개인비리가 발각되어 곧 물러났고, 이어진 보궐선거에서 다시 한나라당 신중대 시장이 당선됐다.

신 시장은 이후 3연임에 성공했으나 역시 선거법 위반으로 임기 중에 물러난다. 이러한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이어진 보궐선거에서 부시장 맡고 있던 같은 당 이필운 전 시장이 당선되면서 안양은 명실공히 한나라당의 텃밭으로 불리게 된다.

하지만 바로 그 다음 선거인 민선 5기 시장선거에서 민주당 출신의 최대호 현 시장이 선출되어 안양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는다.

 

이렇게 최 시장이 당선된 배경에는 언론의 역할이 있었다.

전임자의 비위를 파고들어 당선무효형이 선고되기까지 언론의 줄기찬 보도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언론의 역할에 힘입어 당선됐던 최 시장은 바로 그 다음 선거인 민선 6기 시장선거에서, 본인 주장에 따르면 “근거 없는 흑색선전과 마타도어가 횡행”하는 바람에 이필운 전 시장에게 졌다.

당시 최 시장에 대해 제기되었던 의혹은 선거가 끝나고 대부분 흐지부지됐고, 가벼운 몇 가지 사항이 지적된 것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밝혀진 비위 사실이 없었으니 최 시장으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

이 선거를 계기로 최 시장은 자신의 패배 이유를 ‘흑색선전’과 ‘마타도어’로 규정했고, 6.13 지방선거에서는 ‘언론플레이’와 ‘가짜뉴스’에 대한 철저한 응징을 하겠노라고 다짐한다.

 

그리고 선거라는 ‘전쟁’이 시작되자 최 후보는 선거관리 역량의 대부분을 언론과의 ‘전투’에 쏟아 부었다.

가짜뉴스를 뿌리 뽑겠다고 외치며, 언론대응 특별 팀을 만들었다.

당시 안양지역의 모 언론에서 기자생활을 하던 필자에게도 역시 유형, 무형의 압박이 들어왔고, 실제 기사의 헤드라인을 수정한 예도 있었다.

필자는 후보시절 최 시장과 개인적인 인사를 나눌 정도의 친분이 있었지만 선거판에서 언론의 공격에 아주 민감한 상태였던 최 시장 캠프는 헤드라인의 단어 하나 때문에 고소?고발을 운운하기도 했다.

 

당시 필자는 선거판에 떠도는 말을 검증하기 위해 노력했고, 검증결과 보도가치가 있는 것을 정리해 양측의 발언을 고르게 분배하여 보도했다.

그러나 최 후보 캠프에서는 헤드라인에 있는 '전모'라는 단어가 일방적으로 최 후보에게만 불리하게 느껴진다며 항의를 해왔다.

실제 그 기사는 불과 2시간 만에 10만 명이 조회할 만큼 빠르게 퍼져나갔으니 최 시장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었을 것이란 점은 짐작이 간다.

그보다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은 단어 하나에도 고소?고발을 운운할 만큼 언론보도에 민감했다는 사실이다.

그 당시 필자는 전모라는 단어가 부정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말을 수용해 내용 변경 없이 '전모'라는 단어만 '전말'로 바꾼 바 있다.

 

이렇게 아주 작은 흠집도 용납할 수 없었던 최 시장의 심기를 가장 많이 건드린 언론사가 바로 이 칼럼을 기재되고 있는 안양신문이다.

안양신문은 최 시장 당선 이후에도 소송전을 벌였고, 최 시장이 첫번째 낙선할 때처럼 역시 둘 다 무죄 라는 식의 흐지부지 판결을 받고 끝이 났다.

하지만 안양신문은 최 시장에 의해 가짜뉴스 생성의 본거지로 낙인 찍혀, 2019년부터는 행정광고를 전혀 받지 못하게 됐다.

 

이 행정광고는 지역의 소규모 언론에 있어서는 거의 유일한 생명줄과도 같기 때문에 끊어지는 동시에 언론사는 파행을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현재 안양시에는 ‘안양’이라는 이름을 단 지역 언론사가 행정광고를 받는 일은 2019년부터 4월 현재까지 없게 됐다.

 

선거 이전까지 안양지역의 주요 지역 언론사는 안양신문과 안양광역신문, 그리고 좀 더 넓은 지역을 포함하지만 안양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안양군포의왕과천)주간현대신문 정도를 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중 선거국면에서 최 시장에게 우호적이었던 (안양군포의왕과천)주간현대신문만이 행정광고를 받고 있다.

행정광고가 끊긴 사이 안양광역신문은 결국 대표가 바뀌는 등 부침을 겪고 있고, 안양신문은 경영인의 의지로 근근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최 시장이 선거를 치르는 내내 외쳤던 ‘가짜뉴스 엄벌’이라는 말은 실제로 안양지역의 언론사 둘을 서서히 무너뜨리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입막음이 지역 언론을 벗어나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최 시장은 ‘정의사회실천위’라는 시민단체에 의해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를 당했다. 신고자들은 최 시장이 골프접대와 내기골프, 그리고 사업청탁을 받았다는 취지로 신고조치를 했다. 

신고자로 알려진 정의사회실천위의 손영태 위원장은 6.13 지방선거에도 최 시장을 저격하는데 앞장선 인물이고, 서울신문 기사에 등장하는 안양시의회 음 의원 역시 상대당의 의원으로써 최 시장과 각을 세워 온 인물이기 때문에 기사에 보이는 최 시장의 해명처럼 “일방적으로 가공해서 의혹을 제기"하는 행태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지역에서 오랫동안 취재하며 그 속사정을 알고 말해줄 기자가 없는 상태에서 보도내용과 다른 이야기를 전할 방법은 없다.

서울신문은 제보를 받고 기사를 썼고 최 시장의 반론도 기사에 담았으니 일방적 마타도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소송 등의 문제에 있어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게다가 이 기사가 선거철이 아닌 시기에 나왔다는 것은 오히려 의혹제기 쪽의 진정성을 부각시켜주고 있다. 

서울신문 기사에서 밝힌 최 시장 측 해명은 제기한 혐의의혹를 일체 부인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논란을 키우는 효과 외의 기능을 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물론 후속보도를 통해 최 시장의 신빙성있는 해명이 뒤따른다면 국면전환이 가능하겠지만, 지역 언론 외의 보도까지 좌지우지 할순 없을 것이다.

 

최 시장은 소위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나쁜 언론사를 무찌르고 ‘좋은 언론 만들기’에 나섰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실상은 좋은 언론을 만들어 내기보다 쓴 소리를 하지 않는 언론만 남겨 놓았다.

이제 안양에서 행정광고를 받으며 살아 남은 언론은 거의 모든 지면이 광고로 덮혀 있는 주간지나 보도자료만 줄기차게 베껴쓰는 인터넷 언론, 혹은 아무도 읽지 않아 사실상 쓰레기만 생산한다고 할 수 있는 언론들 뿐이다. 아니면 안양 이야기는 구석에 한 꼭지 정도 나오거나 아예 관련 기사가 하나도 없는 소위 지방 언론들과 메이저 언론들의 종이신문만 남아 있다. 

 

언론과 권력의 관계를 설명할 때 흔히 쓰는 고사성어가 있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너무 가깝지도 않고 너무 멀지도 않은 관계를 유지하는 처신을 뜻하는 말이다.

지역의 좋은 언론을 만드는 일은 행정적으로 지원하는 기준을 명확히 하고, 꾸준히 지원하되 어떤 보도가 나오든지 간섭하지 않을 때 가능하다.

지금처럼 보도자료 기사 개수나 따지는 방식의 언론사 선별, 그리고 입맛에 맞는 이야기를 하는 언론에 배포하는 행정광고로는 절대 이룰 수 없는 꿈이다. 그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 지역 언론개혁을 부르짖은 최 시장은 무능한 사람이거나 거짓말쟁이다.

 

행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으며 체계적이고 건강하게 자라난 지역 언론이 단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최 시장은 누구에게 자신의 말을 공정하게 대변해 달라고 호소하겠는가.

좀 더 안타까우면서도 아이러니한 사실은 서울신문이 최 시장 당선 이후 지역 언론사에 배정하던 행정광고를 줄임으로써 행정광고를 더 많이 받는 추세에 들어선 언론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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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민선 2021/06/11 [15:02] 수정 | 삭제
  • 이영조 편집국장님은 어디 가셨나요? 데스크논단 참 좋았는데요 안양에서도 진정하고 점잖은 논객이 있으면합니다.. 안양에서 필요한 논객 말입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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