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로프로세싱-고속로 연구개발 핵비확산성 확신 못 해재검토위원회 뒤에 숨어 책임 있는 논의 생략한반도 비핵화와 탈원전 시대에 맞는 원자력 R&D 정책 필요
추혜선 의원| 입력 : 2018/05/01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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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사용후핵연료 처리기술 연구개발사업을 2020년까지 이어가고 올해 예산으로 책정된 406억 원을 집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재검토위원회 뒤에 숨어 책임 있는 논의와 의견수렴도 거치지 않은 채 한반도 비핵화라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결정을 내린 과기정통부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
바로 며칠 전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우리 국민들은 이제야 비로소 핵 없는 한반도를 꿈꾸기 시작했다. 재처리 실험을 2020년까지 지속하겠다는 과기정통부의 결정은 이런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재검토위원회에서도 핵비확산성에 대해 명확히 결론내리지 못했음에도 이 사업을 지속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과 소듐냉각고속로의 기술적 타당성에 대한 원자력계 내부의 논란은 여전히 많다. 사용후핵연료 처리?처분과 관련해 이 기술만이 유일한 대안인 것처럼 과도한 예산을 쏟아 붓는 것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탈원전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제염?해체와 처분에 관한 연구에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 결정의 당사자인 과기정통부는 무책임했다. 재검토위원회를 핑계 대며 공론의 장을 한 차례도 열지 않았고, 연구개발 재개에 반대하거나 우려를 표하는 시민사회와 원자력계를 설득하려는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결정해달라는 국회의 요청을 무시한 것이기도 하다.
근본적인 문제는 사용후핵연료 처리?처분 등 관리에 대한 정부의 정책과 관리 및 R&D에 관한 컨트롤타워가 불분명하다는 데서 출발한다.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와 탈원전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맞는 사용후핵연료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원자력 분야 R&D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