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신문

꽃들아 미안해

임칠호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0/08/15 [09:27]

꽃들아 미안해

임칠호 논설위원 | 입력 : 2020/08/15 [09:27]

길가에 핀 수국水菊의 청순함에 걸음이 멈춰지는 계절이다.

장미 물결이 지나자 국화를 기다리는 성급한 꽃사랑 마음들을 다독이려고 더위 중에 피어난 꽃이 수국인것 같다.

습도가 높은 계절에 피어 여름 국화라고나 할까?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복숭아 꽃 살구 꽃 아기 진달래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이원수의 글에 홍난파가 곡을 붙인 민족의 동요 '고향의 봄,이다.

짧은 가사 중에 복숭아, 살구, 진달래 꽃이 만개 하였다.

어머니의 품과 같은 고향 산천에 피는 고향의 꽃들이다.

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철따라 피어나는 꽃들을 기다리며 그들의 이름을 노래로 부르는 축복 받은 민족이다.

 

그러나 금년에는 년초 부터 우한 폐렴의 난리를 만나 꽃들을 처다 볼 겨를도 없이 경황 중에 여기까지 왔다.

꽃의 감상은 사치가 되어 잘 가꿔진 유채 꽃밭을 갈아 엎고 매년 실시하던 벚꽃, 철죽, 장미축제를 포기 한다는 프랑카드가 어수선하게 내걸렸다.

이 또한 한번도 경험하여 보지 못한 나라의 모습이 아닌가 한다.

이런 사정도 모르고 어김없이 찾아 온 너희들! 꽃들아 미안해, 그동안 속상하였지, 너희들의 노크에 심드렁 했으니, 많이 울었지?

김춘수는 그의 시 '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 와서 꽃이 되었다"고 하였는데 너희들의 이름을 불러 주지 못한 우리도 많이 울었단다.

이팝꽃이 진한 향을 차창車窓으로 불어 넣을 때 우리는 마스크로 코를 덥고 하얀 수건으로 하얀 눈물을 닦았단다.

목련이 뚝 뚝 떨어 지던 날 우리의 일터도 뚝뚝 떨어졌단다.

아카시아가 진한 향을 토해낼 때 해외에 나가있는 가족들 걱정에 발을 동동 굴렀단다.

코스모스 꽃이 긴 목을 내 밀었다.

가족들의 손을 잡고 코스모스 한들 한들 피어 있는 길을 걸을 수 있을는지?

소쩍새와 천둥의 울음으로 피어 낸 국화를 서정주 시인을 떠올리며 축제로 감상 할 수 있을 런지?

의암호 물안개와 삼악산 단풍을 가슴에 안고 춘천 마라톤을 뛸 수 있을는지?

"청군이겨라 백군이겨라" 가을 운동회는?

me too, 생명경시, 월북, 증세增稅?웬 사태인가?

장마철 물폭탄도 겁나는데 말폭탄도 두렵다.

꽃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달라는 것은 아니다.

꽃을 볼 수 있는 세상이면 되겠다.

자기 손이 수고한 대로 먹을 수 있는 세상은 아름다운 꽃들의 세상이다.

오늘도 안양 시민들의 행진에 청신호가 켜지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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