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신문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은?

임칠호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1/04/05 [11:30]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은?

임칠호 논설위원 | 입력 : 2021/04/05 [11:30]
한강교 漢江橋 중간쯤에 설치된 '생명의 전화‘ 앞에서 발걸음이 멈춰진다.  "지금 힘 드시죠  당신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S O S " 
 
우리나라는 세계 OECD 국가 중 자살율이 제일 높다. 사망원인 5위라는 부끄러운 수치이다. 암, 심장질환, 폐렴, 뇌 질환 다음이다. 
 
40분에 1명, 2시간에 3명이 이시간에도 어딘가에서 어두운 그림자에 묶여 발버둥치고 있음을 이 통계가 말 해주고 있다.
 
인간의 생명은 존엄하다. 반드시 지켜져야 할 명제이다. 이 일로 인하여 선거까지 다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니 설명조차 지난하다.
 
 충청북도 음성에 있는 불우 장애인 요양시설 "꽃 동네"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1976.9.12 오웅진 신부에 의하여 세워진 꽃동네는 걸인 최귀동 노인이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얻어 먹을 수 있는 힘>으로 인하여 세워진 복지 재단이다. 
 
음성군 금왕읍에서 부자집 아들로 태어난 최귀동 청년은 일제때 징용에 끌려 갔다. 일본패망에 따라 아픈 몸을 이끌고 간신이 고향에 돌아와 보니 집안은 풍비박산 風飛雹散이 되었고 몸은 병이 들어 무극천 다리 밑에서 거적을 치고 사는 걸인이 되었다. 
 
이 다리 밑에 오게 된 것은 어느 날 동냥 배낭을 메고 다리 위를 지나는데 어디에서 작은 소리가 있어 귀를 기울려 보니 움막에 모여 사는 걸인 중에 거동이 어려워 구걸에 나서지 못하는 사람의 한탄이다.
 
"얻어 먹을 수 만 있어도 좋을 텐데 나는 얻어 온 것을 빌어 먹고 있으니......“
 
이말을 들은 걸인 최귀동은 마음대로 다니며 얻어 먹을 수 있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얻어 먹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다리 밑으로 들어가 30여년간 밥을 얻어다 자기 보다 못한 걸인들을 보살피며 살았다. 
 
1976년 무극 천주교회 오웅진 주임신부가 그를  만나게 되었고 그의 삶을 영감으로 받아들인 오 신부께서 불우 장애인 보호를 구체화 체계화 한 것이 지금의 꽃동네이다. 
 
최귀동이 가지고 있는 오직 한가지 '얻어먹을 수 있는 힘‘이 수십년이 지나 세상에 기적이 되어 나타난 것이다. 창문을 열면 앞산 진달래의 분홍 저고리가 손짓하는 계절이다.
 
이때가 되면 이 꽃에 얽힌 사연을 가지고 다가오는 K라는 청년이 마음에 뜬다. 70년대 머슴살이 하던 K는 혼기가 되었으나 결혼이 어려웠다. 이 때 성실한 청년을 구해 주려는 부잣집 처녀로 부터 청혼이 들어와 처가는 물론 온 동네의 반대를 이기고 둘은 한 몸이 되어 행복했다.
 
K는 결혼 날을 잊을 수가 없어 이날만 되면 자기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아내에게 줄 선물을 찾았다. 그러나 주머니 사정은 모조반지 하나 살 형편이 못되어 山에 올라 진달래를 캐어 화분에 담아 낮에는 햇볕에, 밤에는 이불속에 넣어 결혼 기념일날 진달래 꽃을 아침상에 올렸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얻어 먹을 수 있는 힘>  <진달래> 생명의 전화 앞에서 나눴으면 하는 이야기다. 
 
오늘도 안양 시민들의 행진에 청신호가 켜 지기를 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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