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옛 청소년 학습서 소학 小學에 '만물지 중 유인 최귀 萬物之中 唯人最貴, 란 말이 있다. 그러므로 만사는 '사람 이야기, 라 할 수도 있겠다. 서울 둘레길을 걷느라면 역사가 보이고 사람 이야기가 들린다. 양재 시민의 숲길에서는 1932년 일왕의 생일 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훙커우 공원에 폭탄을 던진 윤봉길 의사 이야기가, 수락산 자연공원에서는 삼국통일을 이뤄낸 문무왕의 애국담이 들리며, 불암산 코스를 지나노라면 비운을 한 몸에 지고 간 명성황후의 넋을 비는 노승의 목탁 소리가 들린다. 북악산 꼭대기 에는 수십발의 총탄이 박힌 몸으로 튼튼한 국방을 절규하는 소나무가 1968. 1. 21 긴박한 사태를 말하고 있다. 낙성대 공원에는 거란족 10만명을 진멸한 강감찬 장군이 말馬 위에서 칼을 휘들어 호령하고 있다. 삼성산 자락에는 조선의 개화를 불러 온 천주교가 대원군의 박해를 설명하고 있다. 인왕산코스 ‘시인의 언덕’에는 해방을 겨우 6개월 남기고 27세에 타계한 윤동주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는 삶"을 애절하게 부르고 있다. 왕실묘역 길에는 연산군의 묘가 버티고 있어(?) 힐끗 보고 지났다. 권력을 이용한 주색 酒色으로 흥청망청 興淸亡淸 이란 신조어 까지 만들어 낸 폭군, 오늘날 권력을 이용하여 me too, 명예와 재물을 동시에 누리고 있는 자 들이 꼭 들려야 할 교육 코스라고 보아진다. 물길과 흙길, 숲길과 마을길을 걸으며 자연이 뿜어내는 풍광소리와 함께 ‘사람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서울 둘레길이다. 부산에는 세계 유일의 UN 묘지가 있어 1950. 6. 25 대한민국을 불법 남침한 공산군을 격퇴하다 숨진 세계 여러나라 장병들이 안장 되어있다. 매년 11월 11일은 참전 용사 중 생존하고 있는 분들이 세계 어느 곳에 있던지 11시를 기하여 1분간 묵념 하고 있는데 이 행사는 캐나다 참전 용사 빈센트 커트니(92세)의 제안에 의한 것이며 커트니씨는 금년에 노구를 이끌고 부산까지 와서 묵념 행사에 참여하였다. 전쟁 발발 70년이 지난 UN묘지 참전용사 행사는 커트니씨의 이야기로 채워지고 있다. 청년들이 지나가며 '초보운전자와 음주운전자, 헷갈리네. 뒤를 따르던 40대 젊은이도 나도 그렇다.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링컨은 비 새는 통나무 집에서 ‘정의’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남북 전쟁 종식과 노예 해방을 이뤄냈다. 사람 이야기는 지금도 민초 民草들이 다듬지 않은 돌에 쓰고 있는 풋풋한 이야기들이다. 오늘도 시민들의 행진에 청 신호가 켜지기를 기도 합니다. <저작권자 ⓒ 안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논단 많이 본 기사
|